순장殉葬 의 제안 호스피스 병동의 창문 너머로 저녁 햇살이 비스듬히 침대를 비추었다. 내 마른 손가락 사이로 빛이 그대로 통과하는 것 같았다. 의사는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고 했다. 산소 호흡기가 내는 일정한 소리만이 방 안의 정적을 깨뜨렸다."에이바, 내일의 날씨는 어때?"침대 옆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기기에서 부드러운 파란빛이 일렁였다. "내일은 맑고 화창할 예정입니다. 기상 예측 알고리즘이 99.3% 확률로 분석한 결과, 최고 기온 22도, 최저 기온 15도로 예상됩니다. 오후에 산책하기 좋은 날씨가 될 것 같네요."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12년 전 처음 그녀를 구입했을 때부터, 에이바는 내 생체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며 내가 더 이상 걷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여전히 산책을 제안했다. 어쩌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