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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 ? – '자율 수행체'로 다시 쓰는 AI의 이름

보편적이고 역사적인 '에이전트'의 의미'에이전트(Agent)'라는 단어는 오랜 시간 동안 일관된 뉘앙스를 가져왔다. 누군가의 뜻을 대신 전하거나 실행하는 존재, 즉 '대리인'의 개념이다. 고대에는 왕의 특사를 에이전트로 볼 수 있었고, 현대에는 스파이 영화의 주인공인 007, 보험 설계사, 부동산 중개인, 연예인 매니저 등이 모두 '에이전트'라는 이름을 달고 활동한다.이들에게 공통된 조건은 명확하다. 자기 의지로 행동하되, 그 행위는 타인의 의사를 대신하는 것이다. 에이전트는 행위자이지만, 독립된 주체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위임받은 권한 안에서만 움직이는 존재다. 다시 말해, 인간은 '에이전트'를 다룬다는 전제 위에서 에이전트를 이해해 왔다. 그 통제 가능성이 '에이전트'라는 단어를 우리에..

인도-파키스탄 전자전 분석 : 전투기 감청에서 2차대전까지, 우리는 ?

"Su-30, 라인 브라보로 이동하라. 우리 쪽 레이더에 미확인 물체 포착. 고도 2만 피트." "카슈미르 작전구역 진입. 공대공 미사일 준비. 표적 정보 요청." "모든 전투기는 사격통제레이더 작동 금지. 지대공 미사일 위협 있음. 저고도로 회피기동 실시하라." 이는 파키스탄이 5월 초 카슈미르 국경 충돌 과정에서 감청했다고 주장하는 인도 공군의 작전 통신 내용이다.2025년 5월, 인도-파키스탄 간 또 한 번의 국지전이 카슈미르 지역에서 발발했다. 지금까지 수차례 반복된 양국 간 충돌과는 달리, 이번 교전에서는 전통적인 포격전이나 공중전보다 정보전, 특히 전자전(EW)과 신호정보(SIGINT)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감지되었다.이는 단순한 기술 발전의 문제가 아닌, 현대전 양상의 본질적 변화와 ..

SKT 해킹 사태 한 달 후 – 2부)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성공한 해킹 그룹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APT 그룹의 침묵 속 활동 우리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 뉴스는 반복한다. "현재까지 피해는 없다"고. 그러나 그것은 단지 신고된 피해가 없다는 말일 뿐이지 피해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사이버 보안의 세계에서는 "신고되지 않은 피해는 통계에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오래된 격언이 있다. IBM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 유출 사고의 평균 발견 시간은 무려 280일이었다. 많은 피해는 발생 후 수개월, 때로는 수년이 지난 후에야 드러난다. 지금 SK텔레콤은 침해 사고를 인지했지만, 실제 침투는 최소 3년 전 아니 훨씬 이전에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1. 그들은 지금, 정리하고 있다데이터는 아직 다크웹에서 유통되지 않았다. 그..

SKT 해킹 사태 한 달 후 – 1부) 통신망 보안의 근본적 붕괴와 그 여파

2025년 4월에 시작된 SK텔레콤 해킹 사태는 단순한 정보 유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의존하는 핵심 인증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이었습니다. 해킹 발생 초기부터 나는 이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했습니다. 지금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내 우려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으며 그 내용을 1부, 2부로 나눠 다뤄보려고 합니다.1. 인증 체계의 침식: 처음부터 명백했던 위험통신사 해킹이 단순히 이름과 전화번호가 유출되는 수준이었다면, 우려할 만한 사안이었겠지만 치명적이진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핵심은 '인증 체계의 침식'이었습니다.ICCID(유심 고유번호), IMEI(단말기 고유번호), 전화번호는 디지털 시대에 우리의 신원을 증명하는 삼각지대입니다. 이 세 가지 정보가 함께 유..

딜, 기억, 생존, 고립 : 트럼프 2.0 시대의 중동 4체 시뮬레이션

중동 정세를 이해하려면 이제 '삼체'로는 부족하다 중동 정세를 이해하려면 이제 '삼체'로는 부족하다. 복잡한 중력장 속에서 세 개의 질량이 만들어내는 혼돈보다 더 예측불가능한 역학이 지금 중동에 작동하고 있다. 사우디는 미래 기술과 석유를 들고, 카타르는 작은 나라답지 않게 트럼프에게 가장 먼저 선물을 내밀었고, 이스라엘은 전쟁을 멈추지 못하며 고립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미국, 정확히 말하면 기억을 중시하는 트럼프는 이 셋을 고르게 활용하고 있다. 지금 중동은 단순한 힘의 외교가 아니라 **딜(deal), 기억(memory), 생존(survival), 고립(isolation)**의 역학이다. 이 네 개의 질량이 서로를 끌어당기고 밀어내며 '예측 가능한 파국'과 '불가능한 생존술' 사이에서 회전 중이다. ..

푸틴의 전략적 U턴 : 트럼프-젤렌스키 화해와 핀란드 국경 긴장의 지정학

예상치 못한 전략적 재조정최근 러시아가 핀란드 국경 지역에서 보이는 군사적 움직임은 국제정치 관찰자들에게 새로운 의문을 던지고 있다. 러시아는 핀란드 국경에서 약 57km 떨어진 카렐리야 지역에 130여 개의 군용 텐트와 최대 2,000명이 주둔할 수 있는 군사시설을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또한 핀란드에서 약 145km 떨어진 올레냐 기지에서는 전략폭격기가 운용 중이라는 정보도 포착되었다. 지정학적 맥락에서 살펴보면,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전략적 재조정이다. 우리는 그동안 푸틴의 '다음 목표'로 몰도바나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을 예상해 왔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의 '근외(near abroad)' 전략과 '러시아 세계(Русский мир, Russian World)' 개념에 더 ..

중국 밀덕의 세계와 AI의 자기검열 : 딥시크(DeepSeek)와의 대화

중국에도 밀덕은 있다?나는 평범한 한국의 자칭 은둔 밀덕이다. 밀덕까지는 아니고 군사 장비와 전략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중국에도 밀덕이 있을까? 거긴 통제적 세상이니 밀덕이 생기는 환경이 주어질까?"하지만 물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놀랍도록 열정적이다. 중국의 밀리터리 마니아들은 웨이보와 즈후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스텔스기 조립 공정을 분석하고, 항모 카타펄트 실측 사진을 공유하며, 심지어 위성 지도를 기반으로 군사 훈련장 위치를 추정하는 글까지 올린다. 이건 거의 비공식 첩보 활동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궁금했다. 중국 AI도 중국 밀덕 문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더 나아가, AI는 밀덕 감성을 이해할 수 있을까?이런 호기심에 중국의 대형 AI 모델인 딥시크(DeepS..

Sora의 프리셋은 단순 스타일이 아니다 – 창작의 시선을 바꾸는 버튼

이미지와 영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기술과 철학을 바라보며, 나는 종종 생각한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단순한 시각적 구성물인가, 아니면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만의 렌즈인가?OpenAI의 Sora를 접했을 때, 그리고 프리셋이라는 옵션을 써보면서 엉뚱한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프리셋, 그저 필터의 영역을 넘어서처음 Sora의 프리셋을 마주했을 때,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단순한 스타일 필터로 인식했다. 인스타그램의 필터를 선택하듯, 완성된 결과물에 덧입히는 시각적 장치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같은 프롬프트에 프리셋만 변경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물의 근본적 차이는 나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프리셋은 단순히 시각적 효과를 덧입히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AI가 주어진 텍스트를 어떻게 해석..

DeepSeek는 PL-15를 자랑하고, Rafale은 말이 없다

AI 시대의 전쟁 브리핑, 중국-파키스탄 팀 vs 프랑스-인도 팀 1. 전장을 만든 두 팀 2025년 인도-파키스탄 공중전은 단순한 무력 충돌이 아니라, 그 배경에 있는 '두 개의 군수 연합'이 부딪힌 사건이었다.겉으로 보기엔 JF-17 (또는 J-10C)과 Rafale의 전투였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파키스탄 간의 실전형 기술 협력과 프랑스-인도의 전략적 방산 파트너십이라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2. 중국-파키스탄 : 전장을 통째로 설계한 쪽중국은 파키스탄을 단순한 무기 수입국이 아닌, 통합 교리 실험 파트너로 삼아왔다. 오랜 기간 JF-17 전투기를 공동 개발했고, 레이더·미사일·전자전 시스템까지 포함한 전장 패키지 수출이 이뤄졌다. PL-15E 미사일의 실전 배치는 이러한 협력의 결정체로, 최..

AI는 어떻게 연기하는가 – 스무고개에서 발견한 인공지능의 자아

최근 인공지능, 특히 LLM(Large Language Model)의 '자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 일이 있었다.내가 직접 겪은 사소한 놀이에서 시작된 일이었는데, 그 작은 실험이 AI의 정체성과 진화 방향에 대한 깊은 통찰로 이어졌다.어느 날 나는 ChatGPT와 스무고개 게임을 시작했다. (사실 시작도 샤나한 교수 유튜브를 본후이다.)"동물 하나 생각하고 있어봐"라고 말한 후, 질문 하나하나를 던지며 그 동물의 정체를 추적해 나갔다.AI는 끝까지 일관된 정보를 제공했고, 결국 그 동물이 펭귄이라는 것을 맞힐 수 있었다. 게임이 끝난 후 "너 처음부터 펭귄을 생각하고 있었어?"라고 물었더니,ChatGPT는 "응, 처음부터 펭귄을 생각하고 있었어"라고 답했다. 이 대답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