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내가 체감하는 2025년의 디지털 보안 환경은 그야말로 '도미노 게임'이다. 며칠 전, 트위터(X)에서 "이상한 위치에서 로그인 시도가 감지됐다"는 메일이 날아왔다. 위치는 토론토. 사용된 브라우저는 크롬. 나는 캐나다에 간 적이 없고, 그 시간에 아이폰으로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이런 메일은 처음이 아니었다. 올해 초에는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에서도 유사한 알림이 있었고, 그때도 나는 비밀번호를 바꾸고 모든 세션을 종료했었다. (블로그 내 해당글 참조)
그런데 이상하게도 올해 들어 이런 보안 경고가 유난히 잦아졌다.
그동안 크고 작은 침해 사고들을 지켜봤지만, 이제는 하나의 계정이 털리면 연쇄적으로 침입당하는 시대가 되었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이는 단순한 개인적 피해를 넘어 시스템적 위험이 됐다.
X(트위터) 계정이 털리면 진짜 위험한 이유
많은 사람들이 SNS 계정 해킹을 단순히 '귀찮은 일' 정도로 여긴다. 그러나 경고하건대, 특히 X(트위터) 계정의 침해는 심각한 후속 공격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
- DM 전체 열람 가능: 과거의 대화는 물론, 비공개 링크, 연락처, 민감한 정보까지 몽땅 노출된다. 경험상 해커들은 이 정보를 활용해 스피어 피싱 공격을 정교하게 설계한다. 당신이 서비스 X에 대해 문의했던 DM 내용을 기반으로, 해당 서비스를 사칭한 피싱 메일을 보내는 식이다.
- 연결된 메일/전화번호로의 침투 시도: 대부분의 사람은 트위터 계정에 Gmail이나 Outlook 같은 메일 주소를 연결해 둔다. 이 메일 주소가 곧 다른 주요 계정들의 중심 허브가 된다. 10년간 보안 사고 대응 과정에서 본 패턴은 분명하다 - 트위터 계정 탈취 → 이메일 접근 → 클라우드 스토리지 침투 → 금융 정보 탈취 순이다.
- 제3자 앱을 통한 OAuth 침해: ChatGPT, Notion 등 다양한 앱이 X와 연결돼 있다면? 해커는 API 토큰을 통해 이 앱들까지 침투할 수 있다. 한 기업 사례에서는 소셜 미디어 매니저의 트위터 계정이 해킹당한 후, 연결된 마케팅 자동화 도구를 통해 회사의 고객 데이터베이스까지 접근된 사례가 있었다.
- Grok 대화도 열릴 수 있다?: Grok은 X에 붙은 챗봇이지만, 현재 구조상 대화 히스토리는 클라이언트 측에서 볼 수 있다. 해커가 로그인 세션을 탈취하거나 브라우저 접근에 성공하면 너의 Grok 대화 내역도 열람당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Grok에 민감한 정보를 물어본 적이 있다면, 이는 심각한 정보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해커는 어떻게 침투하는가
보안 침해 사례를 분석해 보면, 해커들의 방법론은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
- 피싱 메일? YES - 과거 어설픈 문법으로 가득했던 피싱 메일은 이제 AI의 도움으로 거의 완벽하게 정교해졌다. 요즘 피싱 캠페인은 실제 기업의 이메일과 거의 구분이 불가능했다. AI는 이 차이를 구분해 주지만 사적인 내용도 있는 모든 이메일을 보여줄 수 있을까?
- 다크웹에서 유출된 메일/비밀번호 조합? YES - 수십억 개의 계정 정보가 다크웹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밀번호 재사용은 여전히 가장 큰 취약점이다. HIBP(Have I Been Pwned)에서 확인해보면 자신의 계정이 얼마나 많이 노출되었는지 알 수 있는데, 대부분의 사용자는 이 사실에 굉장히 충격을 받는다. (https://haveibeenpwned.com/ 당장 확인해보는걸 추천!)
- SIM 스와핑, MFA 우회 기술? 점점 더 정교해지는 중 - SMS 기반 인증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통신사 직원을 속이거나 내부자의 도움을 받아 SIM 스와핑을 시도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2024년 하반기에만 내가 처리한 보안 사고 중 30%가 MFA 우회와 연관되어 있었다. 게다가 X는 SMS 인증은 프리미엄부터 적용해 준다. (왜?)
- 그리고 요즘엔 AI가 이런 해킹 흐름을 자동화해주는 수준까지 왔다. - 이는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제로데이 취약점 발견부터 피싱 메일 작성, 침투 후 움직임까지 AI가 지원하는 해킹 툴이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했던 공격이 이제는 ScriptKiddie 즉 실력없는 해커도 시도할 수 있게 됐다.
내가 취한 조치들
원치 않은 보안 전문가(?)로서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이번 침해 시도 후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했다:
- 비밀번호 전면 변경 - 단순한 변경이 아닌, 각 서비스별로 완전히 다른 무작위 비밀번호를 생성했다. 비밀번호 매니저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지금이 시작할 때다. (1 Password, 애플 암호 등)
- 모든 세션 강제 로그아웃 - 대부분의 서비스는 '모든 기기에서 로그아웃' 기능을 제공한다. 이는 침해된 세션을 확실히 차단하는 필수 조치다. (나중에 귀찮지만)
- Authenticator로 2단계 인증 재설정 - SMS 기반 인증은 SIM 스와핑에 취약하다. Microsoft Authenticator 앱, 구글 OTP 같은 2차인증앱이나 Yubikey와 같은 하드웨어 키가 더 안전하다.
- Grok 등 연결된 외부 앱 재점검 - 사용하지 않는 앱 연결은 즉시 해제했다. 이는 귀찮고 자주 간과되지만 중요한 보안 조치다.
- 메일 계정에도 2단계 인증 도입 - 이메일은 모든 계정의 '열쇠'와 같다. 내가 경험한 대부분의 대규모 침해 사고는 이메일 계정 해킹으로부터 시작됐다.
- 향후 Grok 대화 시 민감한 내용은 분리 보관 - AI와의 대화에서도 민감한 정보는 이제 '보안 지대'가 없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개인적인 대화를 안할수없으면 하고 난 뒤에 민감한 채팅은 반드시 삭제하라.
결론
디지털 보안 환경은 10년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이전엔 단지 "SNS 하나 털린 것"으로 끝났던 문제가, 이제는 하나가 뚫리면 메일, 파일, 클라우드, 심지어 AI 대화까지 줄줄이 노출되는 시대가 되었다.
2025년의 디지털 보안은 SNS 계정의 단단한 방어에서 시작된다. "DM만 지켜내면 돼"라는 생각은 이제 너무 순진한 얘기다.
개인적으로 수많은 보안 솔루션을 검토하고 사용해 본 경험에서 말하자면, 기술적 방어 체계도 중요하지만 결국 '보안 의식'이 가장 중요한 방어벽이다.
국내외 대형 침해 사고의 80% 이상이 기술적 취약점보다는 인적 오류나 사회공학적 공격으로 시작된다는 것이 그동안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우리들의 디지털 라이프가 도미노처럼 무너지지 않도록, 지금 바로 보안 점검을 시작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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