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미 밀덕의 알고리즘

3년 만의 반전 : 드론에서 스텔스 유인 전투기로 돌아온 전쟁

타잔007 2025. 6. 16. 01:52

프롤로그 : 드론의 시대가 끝났나?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전 세계 군사 전문가들은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한 것처럼 보였다.

"드론이 미래다".

 

몇 천 달러짜리 FPV 드론이 수백만 달러짜리 탱크를 격파하고, 튀르키예제 바이라크타르 TB2가 러시아 방공망을 뚫으며 대활약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이 말했다.

"이제 유인 전투기의 시대는 끝났다. 미래는 값싸고 효율적인 무인기가 지배할 것이다."

 

그러나 2025년 6월 13일 새벽, 이스라엘 공군의 F-35I 아디르(Adir) 편대가 이란 영공 깊숙이 침투해 핵시설과 군사기지를 정밀 타격하며 전 세계에 충격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유인 전투기는 아직 죽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가 가르쳐준 '드론 혁명'

우크라이나 전쟁은 확실히 군사 혁명이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매월 1만 대의 드론을 손실하면서도 계속 운용했고, 2024년에는 무려 100만 대의 FPV 드론을 사용할 계획이었다. 이는 유럽연합이 제공한 포탄 수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1,500~3,000달러에 불과한 DJI 마빅이 수백만 달러짜리 러시아 전차를 파괴하는 영상들이 소셜미디어를 가득 채웠다.

전 세계 군사 전략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게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파키스탄-인도 공중전: BVR의 시대

2025년 5월, 인도와 파키스탄 간에 벌어진 대규모 공중전은 또 다른 양상을 보여줬다.

125대의 전투기가 참여한 제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중전에서 주목받은 것은 근접 공중전이 아니라 장거리 BVR(Beyond Visual Range) 미사일 교전이었다.

 

파키스탄의 J-10CE 전투기와 JF-17이 중국제 PL-15 장거리 미사일(사거리 150km+)로 무장하고, 인도의 라팔이 미티어 미사일로 맞서는 모습은 "현대 공중전은 누가 먼저, 더 멀리서 미사일을 쏘느냐의 게임"이라는 인식을 더욱 굳혔다.

이 시점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확신했다:

"유인 전투기도 결국 미사일 플랫폼일 뿐이다. 조종사가 직접 적과 맞닥뜨릴 일은 없다."


2025년 6월 13일 : 스텔스의 역습

그런데 이스라엘이 모든 예상을 뒤엎었다.

 

현대전의 기본 원칙은 **위험 회피(Risk Aversion)**다.

조종사 한 명이 격추되면 정치적 파장이 엄청나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들은 안전한 거리에서 순항미사일이나 JDAM으로 공격하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달랐다. F-35I 편대를 이란 영공 깊숙이, 그것도 수도 테헤란 근처까지 침투시켜 직접 폭격을 감행했다. 이는 40년 만에 보기 드문 적진 깊숙한 침투 폭격이었다.

왜 이런 위험한 선택을 했을까?

첫째, 장거리 무기로는 불가능한 임무들이 있었다.

  • 지하 깊숙이 숨겨진 핵시설
  • 정확한 실시간 좌표가 필요한 다중 표적
  • 상황에 따른 즉석 판단이 필요한 복합 임무

둘째, 기술적 우위에 대한 절대적 확신이 있었다.

  • F-35의 스텔스 성능
  • 이란 방공망에 대한 정보 우위
  • 수십 년간 축적된 작전 경험

셋째, 심리적 충격 효과를 노렸다.

  • "우리는 테헤란 한복판까지 갈 수 있다"
  • 물리적 파괴를 넘어선 전략적 메시지
  • 이란 지도부에게 극도의 불안감 조성

결과 : 압도적 성공

이스라엘의 작전은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

핵시설과 군사기지를 정밀 타격하고, 핵심 인물들을 제거하며, 무손실(추정)로 귀환했다.

이란은 F-35 격추설을 퍼뜨렸지만 곧 가짜뉴스로 판명됐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란의 무력함이었다.

1970년대 도입한 F-14 톰캣과 구식 방공망으로는 21세기 스텔스 전투기에 속수무책이었다.


각국의 충격적 재평가

이란의 후회 : "JF-17이라도 있었으면..."

이 상황에서 가장 뼈아픈 사례가 떠올랐다.

2018년 11월 IDEAS 전시회에서 이란이 파키스탄과 JF-17 전투기 구매 계약을 발표했던 일이다.

당시 이란은 "JF-17은 너무 약하다. Su-35를 기다리자"며 계약을 미뤘고, 결국 코로나19와 정정불안으로 무산됐다.

 

만약 그때 계약이 성사됐다면? 100대가 넘는 JF-17과 몇십 대의 J-10CE, 그리고 PL-15 장거리 미사일이 있었다면?

 

물론 이스라엘의 압도적 우위는 변하지 않았겠지만, 적어도 "완전 무료 점심"은 아니었을 것이다.

몇 대라도 F-35를 위협할 수 있었고, 이스라엘도 더 신중한 접근을 해야 했을 것이다.

 

"완벽한 것을 기다리다가 기회를 놓친" 전형적 사례였다.

각국의 혼란스러운 반응

미국: "우리 F-35 투자가 정답이었네. 하지만 드론도 무시할 수 없고..."

중국: "J-20 개발을 가속화해야겠다. 하지만 대만해협에서는 미사일이 더 중요할 수도..."

러시아: "Su-57이 시급하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에서는 드론이 더 효과적인데..."

유럽: "6세대 전투기를 개발해야 하나? 아니면 드론에 집중할까?"

 

불과 3년 사이에 드론 → BVR → 스텔스 침투로 "미래 전쟁의 모습"이 계속 바뀌면서 각국 전략가들은 혼란에 빠졌다.


유인 전투기의 "조건부 복귀"

이번 사례가 보여준 것은 완전한 복귀라기보다는 **"조건부 복귀"**였다.

유인 전투기가 여전히 유효한 조건들:

  1. 압도적 기술 격차가 있을 때
    • 스텔스 vs 재래식의 세대 차이
    • 센서 퓨전과 전자전 능력의 격차
  2. 복합적이고 유연한 임무가 필요할 때
    • 실시간 판단과 적응
    • 다중 표적 동시 공격
    • 예상치 못한 상황 대응
  3. 심리적·정치적 효과가 중요할 때
    • 상대방에게 극도의 압박감 조성
    • "절대적 우위" 과시

여전한 한계들:

  • 대등한 상대끼리는 BVR/드론 중심 원거리 교전이 주류
  • 경제성 문제는 여전히 존재
  • 정치적 위험(격추시 여론 악화)은 변하지 않음

미래 전쟁의 새로운 공식

결국 미래 전쟁의 모습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복잡한 결론에 도달했다:

  • 균등한 상대: BVR 미사일과 드론 중심의 원거리 견제전
  • 기술 격차가 큰 상대: 스텔스 전투기의 일방적 우위
  • 비대칭 전쟁: 드론과 게릴라 전술의 비용 효율성

각국의 새로운 딜레마: "하이-로우 믹스"

이제 각국은 **"모든 것을 다 해야 하나?"**라는 딜레마에 빠졌다:

  1. 스텔스 전투기 - 결정적 순간의 게임 체인저
  2. 장거리 미사일 - 일상적 억제와 견제
  3. 드론 swarm - 비용 효율적 소모전
  4. 방공/전자전 - 모든 것을 막는 방패

하지만 예산은 한정적이다.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결론 :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운율은 맞춘다

1차 대전 후 "전차가 기병을 대체했다"고 했지만, 2차 대전에서는 대전차포와 전투기가 전차를 위협했다.

냉전 시대 "핵무기가 모든 것을 끝낼 것"이라 했지만, 게릴라전과 국지전은 계속됐다.

 

마찬가지로 "드론이 유인기를 대체할 것"이라던 예측도 너무 성급했던 것 같다.

 

이스라엘 F-35의 이란 침투 폭격은 전 세계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했다: "조건만 맞으면 유인 전투기는 여전히 최강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전쟁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의지를 꺾고,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 그 과정에서 때로는 드론이, 때로는 미사일이, 때로는 유인 전투기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

 

유인 전투기의 화려한 복귀.

 

이것이 2025년 6월 중동 상공이 전 세계에 가르쳐준 교훈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는 것, 그리고 "게임 오버"라고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


"전쟁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불확실성뿐이다." - 클라우제비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