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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B 후예와 사야님의 만남 :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이 만든 드론 혁명

타잔007 2025. 6. 27. 16:43

2025년 6월, 세계는 두 번의 충격적인 드론 작전을 목격했다.

하나는 우크라이나 SBU의 '스파이더 웹' 작전으로 러시아 심장부의 폭격기들이 한순간에 불타올랐고,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 모사드의 이란 내부 기지나 방공망, 요인 공격으로 중동의 판도가 바뀌었다.

놀랍게도 이 두 작전은 마치 같은 교범에서 나온 듯한 유사성을 보였다.

한밤중에 열린 컨테이너들

1) 스파이더 웹 : 4,300km 너머의 완벽한 계획

2025년 6월 1일 새벽, 러시아 이르쿠츠크주의 벨라야 공군기지에서 갑작스러운 폭발이 일어났다.

동시에 무르만스크, 이바노보, 랴잔의 다른 기지들도 화염에 휩싸였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공개한 작전의 전말은 첩보 소설을 능가하는 정교함을 보여주었다.

1년 6개월 9일간의 준비 끝에, 우크라이나 요원들은 소형 자폭드론 여러 개를 컨테이너 천장 위에 숨기고 트레일러에 실어 러시아 내부 깊숙한 곳까지 밀반입했다.

"표적이 된 비행장 인근에 정차한 순간, 컨테이너의 천장이 원격으로 열렸고 총 117기의 드론들이 지정된 장소에 날아가 노천주기되어 연료와 무장을 적재하고 있던 러시아군 폭격기들을 핀 포인트로 타격했다."

 

가장 놀라운 점은 AI 기술의 활용이었다.

우크라이나에 전시된 퇴역 Tu-95와 Tu-22M의 이미지를 분석해 취약점을 찾아낸 뒤 AI에 학습시켜 자폭 드론에 탑재했다. 드론이 스스로 목표를 찾아 정확히 타격하는 완전 자율 공격이 실현된 것이다.

2) 모사드의 그림자 : 테헤란 한복판에서 뜬 공격 드론

같은 달, 이스라엘의 '일어나는 사자' 작전에서도 섬뜩할 정도로 유사한 패턴이 발견되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모사드는 수년간 이란에 침투해 테헤란 근처에 비밀 드론 기지를 구축했으며, 정밀 유도무기를 대량 밀반입해 두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모사드의 침실까지 파악한 정밀 정보력이었다.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지휘관과 핵 과학자들의 동선을 사전에 추적한 모사드는 "자택 침대에서 자고 있는 상태"의 표적들을 정확히 제거했다.

"모사드 특공대가 테헤란 인근 미사일 기지에 발사된 폭발물 드론을 포함해 이란 전역에 비밀리에 무기를 배치했다"

 

13일 이스라엘 전투기가 공습을 개시하기 직전, 이란 내에 매복해 있던 드론이 테헤란 인근 미사일 발사대를 공격했다.

미사일 운반 트럭에 미리 매립해 둔 기폭장치까지 동시에 폭발해 트럭 1대당 미사일 4기를 파괴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컨테이너 작전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방식이었다.

두 정보기관, 하나의 DNA

1) KGB의 후예와 사야님의 네트워크

이러한 유사성은 우연이 아니다.

두 정보기관의 뿌리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연결고리가 드러난다.

우크라이나 SBU는 세계 최고 정보기관으로 꼽혔던 옛 소련 KGB의 '직계 후손'이다.

 

1991년 우크라이나 독립 당시 KGB의 체계, 인력, 임무 대부분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알려진 직원만 3만 명이 넘는 거대 조직으로, 이는 이스라엘 모사드의 4배가 넘는 규모다.

 

하지만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이후 SBU는 근본적 변화를 겪었다. 친러 요원들의 대대적 숙청과 서방 정보기관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러시아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서방의 칼'로 변신했다.(1)

 

이스라엘 모사드는 전 세계에 35,000명의 협조자 '사야님(Sayanim, 히브리어로 '도움을 주는 사람들')'(2)을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사야님은 평상시에는 일반인으로 생활하다가 모사드가 필요할 때만 정보 수집이나 은신처 제공 등으로 협력하는 민간 협력자들이다. 이들의 전문성은 수십 년간 축적된 은밀 작전 경험에서 나온다.

2) 기술 교류의 증거들

두 기관 간의 직접적 기술 교류도 확인되고 있다.

2023년 이스라엘은 러시아가 사용하는 이란제 드론에 대응할 수 있는 무인기 교란체계를 우크라이나에 수출했다. 이는 러시아 침공 이후 이스라엘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첫 군사장비였다.

 

서방 정보공동체의 핵심 연결고리는 미국 CIA를 중심으로 한 협력 네트워크다.

미국 정보기관의 도움을 받은 SBU는 우크라이나 내부의 친러시아 스파이 조직을 소탕했으며, 통신감청을 통해 러시아군 장성들의 제거작전에 관여했다.

 

모사드 역시 현재 영국 MI5, MI6, GCHQ, 미국 CIA, FBI, NSA, 독일 BND, 프랑스 DGSE 등과 함께 '오버트 공작'(3)에 참여하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35,000명 규모인 CIA에 비해 1,200명에 불과한 모사드가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평가받는 이유도 이러한 서방 정보망과의 긴밀한 협력 덕분이다.

 

특히 드론 기술과 AI 활용법, 컨테이너 기반 은밀 배치 기법 등 두 작전에서 나타난 놀라운 유사성은 서방 정보공동체 내에서 형성된 기술 교류와 작전 방법론 공유의 결과로 보인다.

 

혁신의 공통분모 : 비대칭 전력의 극대화

 

두 작전이 보여준 가장 놀라운 점은 비용 대비 효과의 극대화다.

대당 500달러(약 75만원) 안팎의 드론이 수십억원이 넘는 고가치 타겟을 파괴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우크라이나의 스파이더 웹 작전으로 러시아 공군이 입은 피해는 총 70억 달러로 추정되며, 이는 러시아 항공우주군 전략폭격기 전력의 34%를 단 하루 만에 상실한 것과 같다.

 

두 작전 모두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적극적 활용이 돋보였다.

우크라이나는 AI에 학습시킨 이미지 인식으로 표적을 자동 식별했고, 이스라엘도 정밀 타격을 위한 첨단 기술을 동원했다.

이는 전통적인 첩보 기법과 최신 무인 시스템 기술의 융합이 어떤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새로운 전쟁의 법칙들

우크라이나가 4,300km 떨어진 시베리아의 공군기지를 타격한 것은 지리적 거리가 더 이상 안전을 보장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컨테이너에 숨겨진 드론들은 국경과 방공망을 우회하여 심장부를 찔렀다.

두 작전 모두 기존 방공 시스템을 무력화했으며, 소형 드론들은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고, 동시다발적 공격은 요격 시스템을 압도한다. 방어 기술의 발전속도를 공격 기술이 앞지르고 있으며, 이제 방어보다 공격이 유리한 시대가 되었다.

 

무엇보다 정확한 정보와 첩보 능력이 물리적 화력을 대체하고 있다.

적의 취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최적의 타이밍에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것이 현대전의 핵심이 되었다.

우크라이나의 스파이더 웹 작전은 적국 영토 깊숙한 곳까지 대규모의 드론을 숨겨 들여와 고가치 목표를 동시다발적으로 타격한 전사상 최초의 사례로 평가받으며, 이러한 전술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과 이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갈등에서 드러난 드론 전쟁의 양상은 21세기 전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대량 파괴무기에 의존하던 시대에서 정밀하고 은밀한 타격이 주도하는 시대로의 전환이다. 정보가 곧 화력인 시대, 확산되는 기술과 함께 세계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

결론 : 그림자들의 진화

2025년 6월, 우크라이나 SBU와 이스라엘 모사드가 보여준 작전들은 단순한 군사 작전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이는 정보기관들이 어떻게 첨단 기술을 활용해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과서다.

 

두 기관의 성공 뒤에는 수십 년간 축적된 전문성, 국제적 협력 네트워크, 그리고 무엇보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진화하려는 의지가 있었다. KGB의 후예와 사야님의 후손들이 AI와 드론을 만나 탄생시킨 이 새로운 형태의 전쟁은, 앞으로 우리가 맞닥뜨릴 미래를 미리 보여주는 창문인지도 모른다.

 

그림자들 사이의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무대는 더 이상 어둠 속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밝은 대낮에도, 평범한 컨테이너 속에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형태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1)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SBU는 근본적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친러 성향의 SBU 관리들에 대한 조사에서 25건의 최고수위 반역혐의가 확인되었고, 우크라이나 서부의 친서방 성향 지역에서 신규 요원을 대거 충원하며 거짓말탐지기 검사 등 철저한 신원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SBU는 러시아 정보기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서방 정보공동체의 핵심 파트너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2) 사야님(Sayanim)은 히브리어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이스라엘 모사드가 전 세계에 구축한 민간 협력자 네트워크를 가리킨다. 이들은 평상시에는 의사, 변호사, 사업가, 언론인 등 일반인으로 생활하다가 모사드가 필요할 때만 제한적으로 협력하는 '잠자는 협력자'들이다. 전 세계 35,000명에 달하는 사야님 중 20,000명은 현재 활용 중이며, 나머지 15,000명은 잠재적 협력자인 '슬리퍼'로 분류된다. 이들은 정보 수집, 안전가옥 제공, 신분 위장 도움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이스라엘 건국 이후 "세계 어디서든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보호한다"는 모사드의 사명에서 출발한 독특한 민족적 정보 네트워크다. 사야님 시스템은 모사드가 비교적 소규모 조직(1,200명)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핵심 비결이다.

 

(3) 오버트 공작(Overt Operations)은 서방 정보기관들이 공개적으로 협력하는 대테러 및 국제안보 작전 체계를 의미한다. 2002년 모사드의 메이르 다간 국장 취임 이후 본격화된 이 협력에는 영국 MI5·MI6·GCHQ, 미국 CIA·FBI·NSA, 독일 BND, 프랑스 DGSE, 파키스탄 ISI 등 주요 서방 정보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모사드는 이러한 다국가 정보협력 체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테러와의 전쟁을 비롯한 국제적 위협에 대응하는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