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개요 – 곰팡이는 어디서 왔는가
2025년 6월, 미국 법무부는 미시간대에 재직 중인 중국 연구자 윤칭 지안(Yunqing Jian)을 정식 기소했다.
혐의는 생물안보법 위반, 밀수, 거짓 진술. 핵심은 Fusarium graminearum이라는 곰팡이균 샘플을 미국 내로 불법 반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지금 막 벌어진 것이 아니다. FBI에 따르면 곰팡이 반입 시도는 2024년 7월,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윤 지안의 파트너 류준용(Zunyong Liu)이 입국 당시 가방에 균 샘플을 숨긴 채 적발되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현장에서 추방되었고, 윤 지안은 이후 장기간의 수사를 받았다. 그리고 2025년 6월, 이 사건은 '정치적 타이밍'에 맞춰 수면 위로 올라왔다.
곰팡이의 위협 – 왜 이것이 문제인가
문제의 균인 Fusarium graminearum은 작물에 이삭마름병을 일으키며, 독소를 생산해 인간과 가축의 건강에도 위협이 되는 병원성 곰팡이다. 미국은 이를 농업 기반을 뒤흔들 수 있는 잠재적 생물학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외래 균주의 유입은 국내 방제체계의 통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역설이 있다. 실제로 Fusarium graminearum은 이미 미국 전역에 널리 퍼져 있는 토착 곰팡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 곰팡이가 북미가 원산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미국 농무부는 이미 수십 년간 이 곰팡이와 싸워왔고, 농부들은 매년 살균제를 뿌리며 방제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이미 토착화된 곰팡이의 외래 균주 반입이 과연 '농업 테러'의 수준일까? 아니면 기존 규제 체계를 무시한 절차적 위반에 더 가까울까?
미국의 반응 – 애정인가 위협인가
이 사건의 배경에는 개인적인 동기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윤 지안은 미시간대 연구소에서 해당 균을 연구 중이었고,
류준용은 중국에서 이를 도와주기 위해 샘플을 들여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연인 관계였고, 류준용은 연구 지원 차원에서 균주를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법은 동기를 참작하지 않는다.
미국 당국은 이를 사전 승인 없이 반입된 위험 생물물질의 밀수로 판단했고, 윤 지안의 노트북과 휴대폰에 남은 자료들은 이 반입이 계획된 것이었음을 입증하는 증거로 작용했다.
사적인 애정에서 시작된 행동일 수 있지만, 그 행위가 국가의 법과 제도를 우회하는 순간,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남을 수 없다.
하지만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만약 같은 행위를 유럽이나 캐나다 연구자가 했다면 과연 같은 수준의 처벌과 정치적 관심을 받았을까? 아니면 단순한 행정적 절차 위반으로 처리되었을까?
정치적 확장 – 사건인가, 프레임인가
이 사건은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발생했고, 수사 또한 민주당 정권 하에서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정치적 프레이밍은 왜 발생했을까?
바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이어진 반중 정서와 안보 담론이 이 사건에 다시 한 번 불을 붙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진영은 이 사건을 "봐라, 중국 연구자들은 이렇게 미국의 농업 기반을 침투하려 한다"는 정치적 증거로 사용하고 있다.
즉, 사건 발생은 민주당 시절이지만, 정치적 해석의 무대는 트럼프의 언어 속에서 완성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기소 시점이다.
사건 발생에서 기소까지 거의 1년이 걸렸는데, 하필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재점화되는 시점에 맞춰 발표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연일까, 아니면 정치적 메시지일까?
반복되는 구조 –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이 사건은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 미국은 다음과 같은 사례를 경험했다:
- 찰스 리버 교수 사건 (2020): 하버드대 화학과장이 중국 '천인계획' 참여를 숨기고 거액을 수령한 혐의로 기소
- 휴스턴 중국 영사관 폐쇄 (2020): 미국은 해당 영사관이 과학기술 스파이 활동의 거점이라고 주장하고 강제 폐쇄
- 화웨이 멍완저우 사건 (2018-2021):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 3년간 구금
이러한 흐름은 **"중국의 기술적 침투는 연구협력의 얼굴을 하고 온다"**는 미국 보수 진영의 내러티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런데 패턴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이런 사건들은 대부분 미중 관계가 악화되는 시점에 맞춰 부각된다.
사건 자체는 이전에 발생했지만, 정치적 활용은 타이밍을 맞춘다.
다른 관점 – 과연 누가 이익을 보는가
이 사건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누가 진정한 수혜자인지 의문이 든다.
먼저 미국 국내 정치다.
트럼프는 이런 사건을 통해 "중국 위협론"을 강화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이 미온적이었다고 비판할 수 있다.
둘째는 미국 농업계다.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미국산 농산물의 경쟁력이 강화된다.
셋째는 국방·안보 업계다. 생물학적 위협에 대한 우려가 커질수록, 관련 예산과 규제가 강화된다.
반면 피해자는 명확하다: 미국 내 국제 학술 협력이다. 이미 많은 외국계 과학자들이 의심과 감시를 받고 있으며, 일부는 아예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결론 – 제도는 동기를 묻지 않는다
이번 사건의 출발점이 개인적 애정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국경을 넘은 병원균 샘플은 그 순간부터 제도와 안보의 관할로 넘어간다.
동시에 절차적 위반은 분명한 사실이다. USDA 허가 없이 생물학적 물질을 반입한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며, 이에 대한 처벌은 당연하다. 개인적 동기가 무엇이었든, 규칙은 규칙이다.
그러나 여전히 남는 질문들이 있다. 같은 위반을 다른 국가 출신 연구자가 했을 때도 같은 수준의 관심과 처벌을 받을까? 사건의 타이밍과 프레이밍은 순전히 우연일까?
두 가지 해석이 모두 가능하다.
첫 번째는 정당한 법 집행이라는 관점이다. 미국은 생물안보를 위해 엄격한 규칙을 적용했고, 국적과 관계없이 위반자를 처벌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선택적 집행이라는 관점이다. 비슷한 사건들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부각되거나 묻히며, 중국계 연구자들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시간이 증명할 것이다. 앞으로 비슷한 사건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그리고 미중 관계 변화에 따라 이런 사건들의 빈도와 강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지켜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결국 하나의 곰팡이를 둘러싼 이 사건은 과학과 정치, 안보와 협력, 규범과 현실이 얽힌 복잡한 현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복잡함 속에서 우리는 성급한 판단보다는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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