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기 시대의 언어 - 1화아침은 조용했다.자율주행차 호출 알림이 뜨기 전까지, 나는 책상 앞에서 일본어 노트를 다시 훑었다.종이의 까슬한 질감, 손때가 묻은 페이지 모서리.모두가 번역기에만 의존할 때 혼자 종이를 뒤적이는 나 자신이 우습기도 했다. 「初めまして、今日はよろしくお願いします。」 입 안에서 몇 번이고 굴려본 문장. 목소리가 떨리지는 않았다.오늘은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내 언어로 인사해 보리라 다짐했다.차에 올라타자 실내가 곧 차가운 침묵으로 채워졌다.목적지 입력은 자동, 출발도 자동. 창밖으로 지나가는 차들을 보니 운전자들은 저마다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잠들어 있고, 어떤 이는 책을 읽고, 또 어떤 이는 먹방을 찍고 있었다. 손을 뻗어 내가 설치한 운전대에 살짝 얹었다. 반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