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 한 달의 차이가 만든 깨달음
5월 19일, 나는 트럼프 2.0 시대의 중동을 "딜, 기억, 생존, 고립"이라는 4체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했다.
그때 이스라엘을 "전쟁을 멈출 수 없는 고립자"라고 진단했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냉각되고 있다고 봤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뒤인 6월 13일, 이스라엘의 "일어서는 사자" 작전이 실행되면서 내 분석의 한계가 드러났다.
이 글은 예측의 실패를 분석하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중동 정치의 더 깊은 진실에 대한 이야기다.
때로는 틀린 예측이 옳은 예측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1. 첫 번째 오판: 미국-이스라엘 "냉각설"의 착각
내가 놓친 신호들
5월 분석에서 나는 사우디와 카타르의 경제적 접근이 이스라엘의 지위를 위협한다고 봤다.
트럼프가 중동 순방에서 이스라엘을 제외한 것을 "브로맨스의 종료"로 해석했다.
하지만 6월 13일의 현실은 정반대였다.
이스라엘은 공습 전 트럼프에게 사전 통보했고, 트럼프는 네타냐후와 미리 통화까지 했다. 공개적 거리 두기는 실제로는 **"전략적 연출"**이었던 것이다.
보이는 것과 진짜의 차이
나는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수면 아래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 정보 공유 시스템은 그대로 작동했고
- 위성 지원과 군사 협력은 계속되었으며
- 아랍 국가들에 대한 사전 설득 작업도 공조로 이뤄졌다
공개적 냉각은 사실 더 깊은 신뢰의 증거였다. 서로를 충분히 믿기 때문에 겉으로는 거리를 둘 수 있었던 것이다.
2. 두 번째 오판: "고립"이 아닌 "선택적 고립"
이스라엘이 원한 것
5월에 나는 이스라엘이 트럼프의 거래 중심 외교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스라엘이 의도적으로 "작전의 자유"를 확보하고 있었다.
네타냐후는 트럼프와의 공개적 브로맨스가 오히려 족쇄가 될 수 있음을 간파했다.
만약 둘의 관계가 여전히 끈끈해 보였다면, 6월 공습은 즉시 "미국의 대리 공격"으로 해석되어 아랍 세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을 것이다.
"고립"의 전략적 활용
이스라엘의 선택적 고립은 다음과 같은 이점을 제공했다:
- 외교적 면죄부: 미국이 직접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함
- 아랍 국가들의 반발 최소화: "이스라엘의 독단"으로 프레이밍 가능
- 작전 시점의 자율성: 미국의 정치적 고려에 얽매이지 않음
결국 이스라엘은 고립되어 약해진 것이 아니라, 고립을 활용해 더 강해졌다.
3. 세 번째 깨달음: "적당한 적"의 필요성
완전한 승리를 원하지 않는 이유
6월 사건들을 관찰하면서 가장 놀라운 발견은 아무도 완전한 승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스라엘의 계산된 타격: 나탄즈 핵시설은 타격했지만 부셰르 원자력 발전소는 의도적으로 제외했다.
이란을 완전히 무력화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수준"으로 약화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이란의 절제된 보복: 텔아비브에 실질적 피해를 입혔지만 미국 기지는 건드리지 않았다. 체면을 살리면서도 전면전은 피하는 줄타기였다.
미국의 양면 전략: 이스라엘을 지지하면서도 "때로는 국가들이 먼저 싸워서 해결해야 한다"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
이란의 역설적 변화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이란의 내부 변화다. 1979년 팔라비 왕조를 무너뜨린 혁명 세력이 이제는 하메네이 가문의 세습 체제를 만들고 있다.
혁명에서 왕조로의 아이러니: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가 차기 최고지도자로 거론되면서, 이란은 사실상 새로운 왕조가 되어가고 있다.
주변국들의 환영: 사우디, UAE 등 왕정 국가들이 이를 오히려 환영한다. "혁명적 이슬람 공화국"보다 "세습되는 신정 왕조"가 관리 가능한 상대이기 때문이다.
4. 네 번째 교훈 : 균형을 깨뜨릴 수 있는 변수들
위험한 게임체인저들
하지만 이 정교한 균형도 몇 가지 변수에 의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포르도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직접 공격: 트럼프가 직접 나선다면 지역 전체의 힘의 균형이 근본적으로 바뀐다.
하메네이의 급작스러운 사망: 84세 최고지도자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이란을 내전 상태로 몰 수 있다.
이스라엘의 전술핵 사용: 지하 깊숙한 이란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하려면 이 옵션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발생하면 현재의 "관리 가능한 갈등"은 통제 불가능한 혼돈으로 바뀐다.
5. 삼체론의 진짜 의미: 파괴가 아닌 균형
내가 놓친 삼체의 본질
5월 글에서 나는 삼체 시스템의 혼돈만 강조했다.
하지만 리우츠신의 『삼체』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삼체들이 서로를 완전히 파괴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삼체인들은 혼돈 속에서도 문명을 유지했고, 지구라는 새로운 정착지를 찾는 것이지 기존 질서의 완전한 파괴를 추구하지 않았다.
중동의 삼체 역학
이란-이스라엘-미국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면서도 서로의 존재로 인해 스스로의 정당성과 구조를 유지한다:
- 이스라엘은 이란이라는 위협을 통해 군사주의 정당성을 확보
- 이란은 반이스라엘 노선으로 신정체제를 통합
- 미국은 이 둘 사이에서 패권과 중재 레버리지를 유지
6월의 "직접 충돌"도 여전히 이 삼각 구조 안에서 이뤄진 새로운 평형점을 찾기 위한 조정 과정이었다.
맺으며 : 오판에서 배운 것
예측은 틀릴 수 있지만, 틀린 예측에서 배우는 교훈은 틀리지 않는다.
5월의 나는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 너무 매몰되어 있었다.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공개적 거리 두기를 관계 악화로 보았고, 이스라엘의 고립을 약화로 해석했다.
하지만 6월의 현실은 더 복잡하고 정교했다.
공개적 냉각은 전략적 연출이었고, 고립은 자유의 확보였으며, 갈등은 균형의 조정이었다.
중동 정치의 진짜 본질은 "적당한 적의 필요성"에 있다.
완전한 평화도, 전면전도 원하지 않는 행위자들이 만들어내는 위험한 균형. 그 균형 속에서 각자의 체제를 유지하고, 필요할 때마다 정당성을 확보하는 구조.
2025년 6월은 이 균형이 얼마나 정교하면서도 취약한지를 보여줬다. 그리고 차세대 지도자들—모즈타바 하메네이, 무함마드 빈 살만, 포스트 네타냐후 세대—이 이 균형을 어떻게 다룰지가 중동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앞으로도 계속 틀릴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그것이 바로 살아있는 분석이 되는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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