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30, 라인 브라보로 이동하라. 우리 쪽 레이더에 미확인 물체 포착. 고도 2만 피트."
"카슈미르 작전구역 진입. 공대공 미사일 준비. 표적 정보 요청."
"모든 전투기는 사격통제레이더 작동 금지. 지대공 미사일 위협 있음. 저고도로 회피기동 실시하라."

이는 파키스탄이 5월 초 카슈미르 국경 충돌 과정에서 감청했다고 주장하는 인도 공군의 작전 통신 내용이다.
2025년 5월, 인도-파키스탄 간 또 한 번의 국지전이 카슈미르 지역에서 발발했다.
지금까지 수차례 반복된 양국 간 충돌과는 달리, 이번 교전에서는 전통적인 포격전이나 공중전보다 정보전, 특히 전자전(EW)과 신호정보(SIGINT)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감지되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발전의 문제가 아닌, 현대전 양상의 본질적 변화와 이를 행하는 집단의 의지와 노력을 시사한다.
파키스탄의 전자전 성공 : Link-17의 역할
파키스탄은 이번 충돌에서 중국 기술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Link-17 전술 데이터링크 시스템을 통해 인도 공군의 전투기 간 무선 통신을 감청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신호 탐지를 넘어 실제 작전 정보와 기밀이 노출되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현대전에서 정보 우위는 전술적 승리로 직결되는데, 파키스탄의 이러한 성공은 인도 공군의 작전 역량을 심각하게 저하시켰을 것으로 분석된다.
파키스탄이 이러한 감청에 성공한 배경에는 인도 공군의 복합적인 무기체계 구성이 있다. 인도는 프랑스제 라팔(Rafale), 러시아제 Su-30MKI, 미그29 (MIG29), 미라주 2000, 미국제 C-130 등 다양한 국가에서 도입한 항공 자산을 운용 중이다. 이러한 다국적 시스템 구성은 통합된 암호화 통신체계 구축을 어렵게 만들고, 특히 구형 전투기나 훈련 상황에서는 여전히 암호화되지 않은 VHF/UHF 대역 음성통신이 사용되고 있으며, 파키스탄은 이 취약점을 효과적으로 공략한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 공군은 Link-17을 중심으로 JF-17, J-10C 등 자국의 전투기와 지상 지휘통제소, 무인항공기, 조기경보기를 하나의 작전망으로 통합했다. 이를 통해 인도 공군의 통신을 실시간으로 감청하고, 수집된 정보를 즉각적인 전술 판단에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현대 군사 작전에서 정보의 실시간성은 그 자체로 무기이며, 파키스탄은 이를 효과적으로 입증했다.
역사적 관점 : 전자전과 감청의 전략적 중요성

신호정보와 전자전은 결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이미 전자전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였다. 영국의 블레츨리 파크(Bletchley Park)에서 수행된 'Ultra 프로젝트'는 독일군의 에니그마(Enigma) 암호를 해독함으로써 독일 공군 루프트바페의 작전 계획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영국이 독일의 공습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결정적 요인이었다.
또한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성공 배경에는 'Operation Fortitude'라는 기만 작전이 있었다. 연합군은 독일이 자신들의 통신을 감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의도적으로 칼레(Calais) 지역에 대규모 상륙작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의 거짓 정보를 유출했다. 이로 인해 독일군은 노르망디가 아닌 칼레에 주력 방어 부대를 배치했고, 결과적으로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성공할 수 있었다.
영국 왕립공군(RAF)의 'Y-Service'는 독일 야간 전투기의 통신을 실시간으로 감청하는 전문 부대였다. 이들은 독일 전투기의 이륙, 공중 배치, 귀환 등의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영국 방공망이 독일 폭격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감청과 전자전은 단순한 기술이 아닌,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었다.
한반도 안보 환경에서의 전자전(감청)

한국 공군 역시 인도와 유사하게 다양한 출처의 항공 자산을 운용 중이다. 미국제 F-35A, F-15K, KF-16, 국산 FA-50, 그리고 개발 중인 KF-21 등 이질적인 시스템으로 구성된 전력 구조는 통합된 보안 통신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초래한다. 특히 FA-50이나 일부 구형 KF-16의 경우, 최신 암호화 통신체계를 완전히 구현하지 못하는 기술적 한계가 존재한다.
한미 연합훈련 시에도 모든 참여 항공기가 Link-16과 같은 고도로 암호화된 데이터링크나 HAVE QUICK II와 같은 주파수 도약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훈련 목적과 상황에 따라 일부는 여전히 암호화되지 않은 음성 통신에 의존하며, 이는 북한이나 중국과 같은 주변국의 신호정보(SIGINT) 부대에 의해 감청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북한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전자전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GPS 교란과 통신 감청 분야에서 수차례 역량을 과시한 바 있다. 2010년대부터 북한은 한국의 GPS 신호를 지속적으로 교란했으며, 이는 민간 항공과 해상 교통에도 영향을 미쳤다. 또한 북한은 한국군 통신을 감청하기 위한 전담 부대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역시 세계적 수준의 전자전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미군의 정찰기와 함정에 대한 전자적 방해 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왔다. 한반도 유사시 중국의 이러한 전자전 역량이 한미 연합군의 작전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의 전자전 역량과 한국 안보 적용 예 :

이스라엘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전 및 신호정보 역량을 보유한 국가로 평가된다. 적대적 환경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상황은 이스라엘로 하여금 첨단 정보전 역량 개발에 집중하게 만들었으며, 이는 한반도의 안보 환경과 상당한 유사성을 지니고 미국 안보자산과 같이 움직인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스라엘 전자전 자산의 주요 특징은
- ELTA Systems의 EL/L-8222 재밍 포드 이스라엘 방위산업체 IAI의 자회사인 ELTA Systems가 개발한 EL/L-8222는 현존하는 최고 성능의 자체보호용 재밍 포드로 평가받는다. F-15, F-16 등 서방 전투기와 호환되며, 적 레이더를 효과적으로 교란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의 F-15K와 KF-16에도 통합이 가능하며, 북한과 중국의 방공망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 ELI-3001 AISIS(Advanced Integrated SIGINT System) ELTA의 통합 신호정보 시스템인 AISIS는 전자신호정보(ELINT)와 통신신호정보(COMINT)를 결합한 종합 플랫폼이다. 광범위한 주파수 대역을 모니터링하며, 실시간으로 적의 통신과 레이더 신호를 탐지, 분석, 식별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이 시스템을 G550 기반의 특수임무기에 탑재하여 운용 중이다.
- 그리폰(Gryphon) 사이버 전자전 체계 이스라엘의 라파엘사가 개발한 그리폰은 전통적인 전자전과 사이버 공격을 결합한 혁신적 시스템이다. 단순히 적의 통신을 재밍하는 것을 넘어, 적의 네트워크에 침투하여 거짓 정보를 주입하거나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는 북한의 지휘통제체계를 무력화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전자전 위협에 대한 체계적 대응 방안

- 통합 통신체계 구축 현대전에서는 단일 플랫폼의 성능보다 전체 전력의 네트워크화가 중요하다. KF-21을 중심으로 한국군 전체의 통신체계를 표준화하고, 공군-해군-육군 간 실시간 정보 공유가 가능한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연결이 아닌, 작전 개념과 교리의 변화를 수반하는 근본적 혁신이 되어야 한다.
- 암호화 통신의 일관된 적용 모든 군사 통신은 예외 없이 암호화되어야 한다. 조종사의 실수나 장비 간 호환성 문제로 인한 암호화되지 않은 통신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기술적, 절차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지침이나 교육으로는 불충분하며, 시스템적으로 강제되어야 한다.
- 전자전 기만 전략 개발 적의 감청을 전제로 한 적극적 기만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Operation Fortitude처럼, 의도적으로 조작된 정보를 유출함으로써 적의 의사결정 과정을 교란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방어적 전자전을 넘어선 공세적 접근이며, 전략적 차원의 전자전 운용 개념이 요구된다.
- 능동적 신호정보(SIGINT) 역량 강화 방어적 전자전 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통신을 감청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동적 SIGINT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전쟁 발발 이전에 적의 의도를 파악하고, 전략적 기습을 방지하는 핵심 수단이 된다. 감청된 정보의 실시간 분석과 전술적 활용을 위한 인공지능 기반 시스템 개발도 고려해야 한다.
결론 : 정보 우위의 시대
전자전과 감청은 첨단 무기 체계나 최신 기술의 도입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전쟁의 본질이 물리적 파괴력이 아닌 정보의 우위에 있다는 근본적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인도-파키스탄 간 최근 충돌은 현대전에서 '누가 먼저 발사하는가'보다 '누가 먼저 듣고 준비하는가'가 승패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한국은 주변 강대국들 사이에서 지정학적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이러한 환경에서 정보 우위 확보는 생존의 문제다. 물리적 전력의 증강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전자기 스펙트럼 영역에서의 우위 확보가 향후 한반도 안보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전자전은 더 이상 전통적 전투를 지원하는 부수적 요소가 아닌, 그 자체로 결정적인 전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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