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미 밀덕의 알고리즘

현대 공중전의 패러다임 전환 : AI가 주도하는 공중 우위의 미래

타잔007 2025. 5. 9. 15:08

 

공중전의 오늘, 그리고 내일

이번 인도-파키스탄 국경 상공에서 벌어진 공중 교전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은둔 밀덕으로 여러 가지 무기에 관심이 있던  나로서는, 이 사건이 단순한 국지적 충돌이 아닌 공중전 패러다임의 역사적 전환점이지않을까 생각한다. 중국산 J-10C와 프랑스산 라팔이 실제로 맞붙은 이 전투는 수십 년간 우리가 믿어온 전투기 발전 방향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우리는 오랫동안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멀리'라는 구호 아래 전투기를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이번 교전은 그 패러다임이 '더 스마트하게, 더 연결되게, 더 예측 가능하게'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현대인처럼, 현대 전투기도 이제 단일 기계가 아닌 거대한 정보 네트워크의 일부로 작동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당연히 AI가 있다.

(아래에 많은 부분이 여러 가능한 상상과 예상의 산물임을 미리 밝힌다.)

실전 예상 분석 : 라팔 vs J-10C,  기술적 우위를 넘어선 시스템 격차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다. 프랑스의 자존심 라팔이 중국산 J-10C에게 격추당하리라고 말했다면, 대부분의 항공 전문가들은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사양서만 놓고 보면 라팔은 거의 모든 면에서 J-10C를 압도했으니까.

 

잔인하지만 역사는 반복되는 법이다. 2019년 2월, 발라콧 공습 직후 벌어진 공중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인도 공군의 MiG-21 비손이 파키스탄 공군의 F-16에 의해 격추됐다. 물론 MiG-21은 구형 전투기였지만, 인도 공군이 자랑하는 최신예 Su-30MKI도 파키스탄의 네트워크 중심 작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파키스탄은 당시에도 사에브(Saab)의 에리아이(Erieye) 조기경보기와 팔콘(Falcon) DA-20 전자전기를 활용해 정보 우위를 점했다.

 

5년이 지났지만, 인도는 이 교훈을 제대로 학습하지 못한 것 같다. 라팔이라는 첨단 전투기를 도입했음에도,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장은 사양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파키스탄은 시스템 전투를 펼쳤고, 이는 완벽하게 효과를 발휘했다. 이들이 어떻게 승리했는지 들여다보면 미래 공중전의 모습이 보인다.

 

파키스탄의 사브 Erieye 조기경보기는 인도 라팔이 국경에 접근하는 순간부터 모든 움직임을 추적했다. 이 정보는 실시간으로 J-10C 조종사에게 전달되었는데, 단순한 위치 데이터가 아니었다. AI 알고리즘이 라팔의 비행 패턴, 속도 변화, 고도 조절을 분석하여 의도를 예측하고 최적의 요격 지점을 계산해 냈다. 한마디로 J-10C는 라팔보다 몇 수 앞서 움직일 수 있었다.

 

요즘 말로 하면 '메타인지'였달까. 체스 게임에서 상대방이 다음에 어떤 수를 둘지 미리 아는 것과 같은 이점이었다. 이 상황에서 PL-15 미사일의 사거리 우위는 더욱 치명적이었다. 라팔이 반격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격추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전장을 지배하는 AI : 이미 현실이 된 인공지능 공중전

"AI가 영화 속 이야기라고? 천만에."

내가 처음 군사용 AI에 들었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실제 전장에서의 적용에는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AI는 이미 공중전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고, 그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실전 적용 사례들은,

 

F-35의 DAS(Distributed Aperture System)는 6개 방향의 적외선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통합하여 조종사에게 완벽한 구체 형태의 시야를 제공한다. 이건 마치 전투기가 투명한 유리구슬이 되어 조종사가 모든 방향을 동시에 볼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그런데 여기서 핵심은 단순히 영상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AI가 위협을 자동으로 식별하고 우선순위를 매긴다는 점이다. 조종사는 고개를 돌릴 필요 없이 가장 중요한 위협에 즉시 대응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미국 DARPA의 ACE(Air Combat Evolution) 프로그램을 보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뮬레이션에서만 테스트되던 이 AI는 이제 실전 환경에서 테스트되고 있다. 1:1 근접 공중전에서 이 AI는 인간 전투기 조종사를 상대로 85% 이상의 승률을 기록했다. 물론 아직 완전한 자율 교전은 허용되지 않지만, 조종사에게 최적의 기동을 추천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가장 흥미로운 분야는 '인지적 부하 관리'다. 현대 전투기 조종사는 한 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처리해야 한다. 이는 결국 '분석 마비'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최신 AI 시스템은 조종사의 생체 신호, 눈동자 움직임, 음성 톤 변화까지 분석해 스트레스 수준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정보의 양과 우선순위를 조절한다. 마치 개인 비서가 중요한 전화만 연결해 주는 것처럼, 조종사가 지금 당장 알아야 할 정보만 제공하는 것이다.

 

러시아의 S-70 Okhotnik 무인기와 Su-57 전투기의 협업 체계도 주목할 만하다. 처음 이 프로젝트가 발표됐을 때는 반신반의했지만, 최근 영상을 보면 상당한 수준의 자율성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유인기가 일종의 '함장' 역할을 하면서 여러 무인기에 임무를 분배하고, 무인기들은 자율적으로 정찰, 전자전, 표적 교란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이런 형태의 '디지털 윙맨'은 앞으로 공중전의 표준이 될 것이다.

미래 공중전의 진정한 게임체인저 : 센서와 데이터

스텔스, 초음속, 극한 기동성... 물론 이런 것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군사 AI를 보면서 내린 결론은 간단하다. 미래의 공중전은 '데이터 우위'가 결정할 것이다.

인도-파키스탄 교전에서 파키스탄이 보여준 분산형 센서 네트워크는 그 가능성의 일부를 보여줬을 뿐이다. 이들은 지상 레이더, 조기경보기, 전투기 레이더, 심지어 전자정보(ELINT) 자산까지 하나의 거대한 신경망처럼 연결했다. 모든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는 중앙 AI 시스템으로 모여 처리되고, 다시 각 전투 자산에 최적화된 형태로 배포됐다.

 

이게 왜 중요할까? 전통적인 공중전에서는 각 전투기가 자신의 센서에 의존해 결정을 내렸다. 이는 마치 한 손으로 코끼리를 만져 전체를 추측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네트워크 중심 전투에서는 모든 전투 자산이 '집단 지성'을 형성해 전장을 완벽하게 파악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아무리 성능 좋은 전투기라도 고립되면 취약해진다.

 

전투기 공대공 시뮬레이션에서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5세대 스텔스 전투기 10대가 네트워크 없이 단독으로 작전할 때보다, 4세대 전투기 10대가 고급 데이터 링크와 AI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으로 연결되었을 때 더 높은 교전 성공률을 보였다. 이는 '시스템의 시스템' 관점에서 공중전을 재고해야 함을 시사한다.

KF-21 보라매의 미래 : AI 통합 전투 시스템으로의 진화

우리 KF-21 보라매는 흥미로운 시점에 등장했다. 전환기의 전투기인 셈이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보면서, '단순한 4.5세대 전투기'로 볼 것인가, 아니면 '미래형 네트워크 노드'로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최근 발표된 개발 방향을 보면 후자로 나아가고 있는 듯하다. 내가 AI 무기체계 개발자라면, KF-21에 다음과 같은 발전 방향을 제안하고 싶다.

 

우선, 하드웨어 고정된 시스템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정의 전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휴대폰이 앱을 다운로드해 기능을 확장하듯, KF-21도 새로운 위협이나 임무에 맞춰 AI 알고리즘을 즉시 업데이트할 수 있어야 한다. 적이 새로운 전자전 기술을 도입했다고? 그날 저녁에 대응 알고리즘을 업데이트하면 된다.

 

또한, '설명 가능한 AI(XAI)' 도입이 필수적이다. 조종사가 AI의 판단을 맹목적으로 따르게 해서는 안 된다. "북동쪽 40마일에서 적기 접근 중, 회피 권고"가 아니라, "북동쪽 40마일에서 SU-35로 추정되는 적기 접근 중, 레이더 신호 패턴과 기동 특성 기반 85% 확률, 현재 속도로는 2분 내 미사일 사거리 진입, 서쪽으로 30도 하강 회피 권고"와 같이 판단 근거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

 

KF-21이 정말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다중 도메인 통합'이다. 공중 자산만으로는 충분한 상황 인식을 얻을 수 없다. 위성에서부터 해군 이지스함, 지상 레이더, 심지어 사이버 도메인의 정보까지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도전을 넘어 합동작전 개념의 재정립을 요구한다.

 

가장 혁신적인 부분은 무인기 협업일 것이다. 내가 상상하는 KF-21의 미래는 한 대의 KF-21이 3-4대의 충성 윙맨(Loyal Wingman) 드론을 지휘하는 모습이다. 유인 전투기가 안전거리에서 작전을 지휘하고, 드론들이 위험한 전방에서 정찰, 전자전, 타격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의 스카이보그(Skyborg), 호주의 로열 윙맨(Loyal Wingman) 프로그램이 이런 방향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KF-21이 이런 발전을 이루려면 처음부터 개방형 시스템 아키텍처를 채택해야 한다. 폐쇄적인 독점 시스템은 미래의 빠른 기술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 API 기반 설계로 새로운 센서, 무장, AI 알고리즘을 필요에 따라 신속하게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치 앱스토어에서 새 앱을 다운로드하듯 간편하게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구조가 이상적이다.

결론 : AI가 주도하는 미래 공중전의 청사진

인도-파키스탄 공중전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창문이었다. 그리고 그 창문을 통해 본 미래의 공중전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과는 매우 다르다. 더 빠른 제트기나 더 강력한 무장이 아닌, 더 스마트한 시스템과 효율적인 인간-AI 협업이 승리를 결정할 것이다.

 

이때까지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앞으로 10년 후의 공중전은 지금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다. AI의 역할은 단순 보조에서 점차 동등한 파트너로, 그리고 특정 영역에서는 주도적 의사결정자로 확장될 것이다. 오늘날 스마트폰이 우리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처럼, AI는 공중전의 본질을 재정의할 것이다.

 

전투기 내부의 고성능 AI 프로세서는 통신이 두절된 상황에서도 고도의 자율적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여러 플랫폼이 연결된 '집단 지능'은 어느 한 부분이 파괴되어도 전체 시스템이 계속 기능하는 회복탄력성을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양자 컴퓨팅 기반 암호화는 전자전과 해킹 시도에 대한 방어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다.

 

KF-21 보라매가 이런 미래에 준비되어 있을까? 그것은 우리가 지금 내리는 결정에 달려있다. 단순히 '국산 전투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미래 전장을 지배할 '지능형 전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진정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인도의 라팔이 그랬듯, 아무리 뛰어난 하드웨어도 미래 지향적 시스템에는 무력할 수 있다. KF-21의 성공은 얼마나 빠르게 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현명하게 싸울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그리고 그 '현명함'의 핵심에는 AI가 있다.

 

우리는 지금 공중전의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이 전환기를 주도하는 국가와 기업만이 미래의 하늘을 지배할 것이며 KF-21이 그 선두에 설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