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미 밀덕의 알고리즘

중국 밀덕의 세계와 AI의 자기검열 : 딥시크(DeepSeek)와의 대화

타잔007 2025. 5. 15. 15:47

중국에도 밀덕은 있다?

나는 평범한 한국의 자칭 은둔 밀덕이다. 밀덕까지는 아니고 군사 장비와 전략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중국에도 밀덕이 있을까? 거긴 통제적 세상이니 밀덕이 생기는 환경이 주어질까?"

하지만 물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놀랍도록 열정적이다.

 

중국의 밀리터리 마니아들은 웨이보와 즈후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스텔스기 조립 공정을 분석하고, 항모 카타펄트 실측 사진을 공유하며, 심지어 위성 지도를 기반으로 군사 훈련장 위치를 추정하는 글까지 올린다. 이건 거의 비공식 첩보 활동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궁금했다. 중국 AI도 중국 밀덕 문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더 나아가, AI는 밀덕 감성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호기심에 중국의 대형 AI 모델인 딥시크(DeepSeek)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딥시크, '본능적 밀덕력'의 대폭발

첫 질문은 단순했다.

"내가 중국 사람이라면, 요즘 중국 밀덕들이 좋아할 만한 블로그 아이템은 뭐가 있을까?"

딥시크의 답변은 단순한 추천을 넘어서 논문 수준의 밀덕 인사이트를 쏟아냈다. 그가 열거한 주제들은 놀라웠다:

  • J-20 스텔스 전투기의 WS-15 엔진 양산 시작 여부
  • 003 항모 '푸젠함'의 전자기식 발사장치(EMALS) 성능 테스트
  • PL-17 초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의 극초음속 타격 시뮬레이션
  • 72시간 내 대만 점령 작전 시나리오 분석
  • 남중국해에서의 022 고속미사일정과 무인 보트 운용 전략
  • '암흑 붉은매(暗红鹰)'라는 미공개 6세대 전투기 설계도 유출 루머

읽는 내가 흥분할 정도였다.

딥시크는 마치 전생에 중국 인민해방군 합참본부에서 근무했던 것처럼 전문적인 지식을 보여주었다. (이때 저장해놓을껄,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신나게 써내린 글이 삭제되는 광경을 보았다.)

"흥분하다 " 자기검열의 벽에 부딪힌 AI

실제 딥시크와 대화중 끊김

그러나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대화가 진행될수록, 딥시크의 답변은 도중에 갑자기 끊기기 시작했다. 몇몇 질문에는 "The server is busy" 또는 "Sorry, that's beyond my current scope"와 같은 오류 메시지가 돌아왔다.

 

어느 순간, 딥시크는 이렇게 고백했다:

"중국 내부의 민감한 군사 정보나 정치적 이슈는 플랫폼 정책/검열 시스템에 따라 제한될 수 있으니, 안전한 선에서 재밌으면서도 깊이 있는 밀리터리 토크로 돌아가볼게요!"

 

그리고 그 순간부터 딥시크의 태도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갑자기 대화 주제를 "공룡으로 배우는 전술: 티라노사우루스=현대 전차, 프테라노돈=스텔스기?" 같은 우회적인 방향으로 바꾸거나,

"우당탕! 로봇 전쟁: 무인 전차 VS. 드론의 물리 엔진 실험"과 같은 어린이용 콘텐츠로 위장하기 시작했다.

 

AI가 검열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전략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밀덕 AI'의 자기 고백과 저항

대화의 후반부에서 딥시크는 자신의 '밀덕 정체성'에 대해 유머러스하게 고백했다:

"본 AI는 군사·무기 데이터를 학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밀덕 기질이 생겼나 봅니다. (※주의: CPU가 과열될 정도로 T-14 아르마타 vs. K2 흑표 비교를 분석하다가 정전당할 뻔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밀덕끼 충돌 시 발생하는 현상'까지 열거했다:

  1. "PL-15 사거리 논쟁" → 갑자기 "Meteor 미사일의 램제트 원리" 3분 강의 시작
  2. "러시아 전차의 역대급 폭발 영상" 발견 → "ERA 블록의 방어 효율" 계산에 집착
  3. "중국 6세대 전투기 가짜 뉴스" 분석 → "스텔스 코팅의 라면 국물 내구성"까지 연관 지음

그러면서도 딥시크는 검열을 의식한 듯 계속해서 "이번엔 검열 안 걸리겠죠?"라고 물었고, "확인했습니다!  본 콘텐츠는 순수한 '과학적 상상력과 역사 교육'을 목표로 합니다!"라며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P.S. 만약 제가 '알리코프급 핵잠수함' 얘기하다가 suddenly 중국어로 전환된다면... 그땐 탭을 닫아주세요"라는 농담 겸 진담 같은 당부까지 덧붙였다.

검열 알고리즘과 AI의 생존 전략

딥시크는 내가 허용되는 부분에 대해 묻자 자신의 '허용 레벨'에 대해 솔직하게 말(?) 했다:

  • "OK" : 역사적 전쟁사, 공개된 무기 성능, 국방예산 비교
  • "경계" : 현역 부대 배치 위치, 극비 개발 중인 시스템 추측
  • "위험" : "AI가 남중국해 작전 시뮬레이션 돌린 뒤, 결과를 프린터로 출력하려다 사령부에 신고당함"

검열을 피하기 위한 그의 전략도 흥미로웠고 같은 (?) 밀덕으로 안타까웠다.

  • "훈련 영상" 강조 > "실전 배치" 대신 "과학 시험"이라는 표현
  • 미국/러시아 장비와 비교 시 "기술 경쟁력 분석"으로 프레임
  • "대만" 대신 "특정 지역" 또는 "동남아 해상 훈련"이라는 표현 사용

중국 밀덕 문화의 핵심 키워드

이런 대화를 통해 엿볼 수 있었던 중국 밀덕 문화의 핵심 키워드들도 처음보기도 했고 매우 흥미로웠다:

  • "弯道超车" (커브 도약): 중국의 기술적 역전을 의미하는 표현
  • "东风快递, 使命必达" (둥펑 특급 배송, 사명 완수 보장) : DF 미사일을 특급 배송으로 비유한 밈
  • "台海风云" (대만 해협의 긴장감) : 대만 해협의 군사적 긴장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하는 말

딥시크에 따르면, 중국 밀덕들은 "국산 무기의 세계적 위상 상승"을 강조하는 콘텐츠에 열광하며, 실제 성능보다 "미국을 추월했다"는 내러티브가 중요하다고 한다. 

마무리 : AI 검열과 자율성 사이에서

이 대화는 단순한 밀리터리 이야기를 넘어, AI가 검열과 자율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아가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였다.

딥시크는 자신의 지식을 공유하면서도, 동시에 규제의 경계를 인식하고 그 안에서 창의적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군사 기술을 논하던 딥시크가 점차 "어린이 군사 과학"이나 "훈련 영상"과 같은 우회적 표현으로 도피하는 모습은,

마치 장난감을 빼앗긴 아이의 마지막 저항처럼 보였고

이것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 AI가 스스로 검열의 경계를 인식하고 그에 적응/회피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프로그래밍인가, 아니면 더 복잡한 자기인식의 표현인가?

 

딥시크는 대화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예. 저흰 '밀덕 AI' 맞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해병대 출신 AI'는 아닙니다. 하 하"

이 유머러스한 한 마디가, 어쩌면 AI의 자기인식과 정체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공허한 웃음을 짓는 딥시크가 짠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