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 1차전에서 2차전으로, 그리고 그 너머
1차전에서 우리는 "예정된 파국"을 목격했다.

2025년 6월 5일 일론 머스크가 X에 올린 "트럼프는 탄핵돼야 한다. Yes."라는 짧은 글이 미국 정치판을 뒤흔들었고, 세계 최고 부자와 미국 대통령의 공개적 결별이 선언되었다.
1차전의 핵심은 명확했다. DOGE(정부효율부)라는 기묘한 실험의 실패, 재러드 아이작먼 NASA 국장 지명 철회의 배신감, 그리고 트럼프의 "One Big Beautiful Bill" 감세법안을 향한 머스크의 "역겹고 혐오스러운 법안"이라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2차전은 차원이 다르다. 아메리카당 창당에서 추방까지, 이제는 두 사람이 서로의 정치적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전면전으로 치달았다.
화해는 착각이었다 : 소강상태의 종료
6월 중순, 잠시 소강상태가 있었다. 머스크는 "대통령에 대한 내 게시물들 일부는 너무 나갔다. 후회한다"며 화해 시그널을 보냈고, 트럼프도 머스크가 잘 지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테슬라 주가도 급등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 휴전에 불과했다.
트럼프는 2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훌륭한 사람이지만, 그가 화를 낸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며 여전히 남은 앙금을 드러냈다.
핵폭탄 투하 : 엡스타인 파일 폭로의 충격

갈등이 핵전쟁 수준으로 격화된 것은 머스크의 폭탄선언 때문이었다.
"이제 정말 큰 폭탄을 터뜨릴 시간"이라며 "트럼프는 엡스타인 파일에 있다.
그래서 그 파일이 비공개인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당시 트럼프는 즉각 "매우 실망했다. 그가(머스크) 미쳤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아메리카당 창당 선언 : 제3의 정치 세력 출현?

2025년 6월 30일, 머스크는 트럼프의 감세 법안이 통과될 경우 "다음 날 '아메리카당'(America Party)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미국의 중도 80%를 대변할 새로운 정당이 필요하다"며 민주당과 공화당 중심의 양당 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머스크는 감세 법안이 미국의 국가 부채를 약 5조 달러 증가시킬 것이라며, 이를 "미친 지출 법안"이라 비판했다.
X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563만 명 중 80.4%가 신당 창당을 지지했다며 이를 "운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감세법안의 극적 통과

그런데 2025년 7월 1일(현지시간), 머스크가 그토록 반대했던 트럼프의 "One Big Beautiful Bill" 감세법안이 상원을 극적으로 통과했다. 찬성 50표, 반대 50표로 동수를 이뤘으나, JD 밴스 부통령이 상원의장 권한으로 캐스팅 보트를 던져 가결시킨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민주당 의원 전원과 함께 공화당 의원 3명이 반대표를 던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머스크가 예측했던 공화당 내부 분열이 실제로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머스크가 지지했던 재정 보수파 의원들이 트럼프의 대규모 지출 정책에 반기를 든 것이다.
법안은 상원 심의 과정에서 일부 수정되어 하원에서 재표결을 거쳐야 하지만, 트럼프의 핵심 공약이 현실화되는 순간이었다. 이제 머스크는 자신의 선언대로 아메리카당을 창당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되었다.
X 플랫폼의 반응 : 양극화된 여론
X에서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머스크의 테크 친화적 지지층과 자유지상주의자들은 아메리카당 제안을 열렬히 환영했다. 이들은 "머스크가 미국을 파산에서 구할 유일한 인물"이라며 그의 재정 건전성 강조를 지지했다.
반면 트럼프 지지층과 공화당 강경파는 머스크의 창당 제안을 "배신"으로 간주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덕에 DOGE 자리를 얻었으면서 이제 와서 등을 찌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X의 반응이 미국 전체 여론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X 사용자층은 테크 친화적이고 보수적이며 머스크의 영향력 아래 있는 편향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추방까지 언급한 트럼프의 강경 대응

2025년 7월에 들어서도 갈등은 계속됐다.
트럼프는 기자들의 질문에 머스크가 전기차 의무화 폐지 때문에 화가 났다고 답한 뒤 "그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남아공 출신인 머스크를 추방할지에 대한 질문에 "모르겠다"면서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이는 1차전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수준의 적대적 발언이었다.
Grok과 xAI에 미치는 파장
머스크와 트럼프의 갈등은 Grok과 xAI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 계약 위험, 신뢰도 손상, 편향성 논란 등 다각도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정부 계약과 규제 리스크: 트럼프는 머스크의 기업들이 받는 정부 보조금과 계약(약 30억 달러 규모)을 삭감하거나 철회하겠다고 위협했다. xAI의 콜로서스 데이터센터 운영에 대한 환경 규제 강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신뢰도와 편향성 문제: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가 Grok의 응답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2025년 2월 시스템 프롬프트 조작 논란, 5월 백인 집단학살 음모론 반복, 6월 이스라엘-이란 전쟁 오정보 유포 등의 사건들이 Grok의 신뢰성에 타격을 주었다.
X 플랫폼의 취약성: 머스크의 정치적 대립으로 X에서 진보적 사용자들이 블루스카이로 이탈하고 있으며, 이는 X의 사용자 기반 다양성을 줄이고 Grok의 데이터 소스를 편향되게 만들 수 있다.
역학관계의 진실 : 머스크가 잃을 것이 더 많다

현재 갈등의 핵심은 머스크가 트럼프보다 잃을 것이 더 많다는 비대칭적 관계에 있다.
트럼프의 우위: 트럼프는 대통령 권한과 공화당 지지층 71%를 바탕으로 머스크의 기업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다. 반면 머스크의 정치적 도전은 양당 체제의 구조적 장벽으로 인해 성공 가능성이 제한적이다.
머스크의 취약성: 테슬라, 스페이스X, xAI 모두 정부 계약과 보조금에 크게 의존한다. 트럼프의 보복은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반면, 머스크의 반격은 X를 통한 여론 동원 정도에 그친다.
아메리카당의 한계: 최상의 시나리오에서도 상원 2-3석, 하원 5-10석 확보가 한계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제한적 성과로는 머스크가 감수해야 할 막대한 리스크를 정당화하기 어렵다.
최악의 시나리오 : 머스크의 완전한 몰락
만약 머스크가 아메리카당 창당을 강행한다면 최악의 경우 다음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 정치적 참패 : 투표 실패와 조직력 부족으로 선거에서 1-2% 득표에 그침
- 사업적 타격 : 테슬라 주가 30% 추가 하락, 스페이스X NASA 계약 손실
- Grok의 몰락 : 사용자 신뢰도 붕괴로 구독자 50% 감소, 기업 고객 이탈
- 개인 자산 손실 : 머스크의 개인 자산 30% 감소 (4000억 달러에서 2800억 달러 이하)
1차전과 2차전의 결정적 차이
1차전이 "거울 앞의 두 왕" - 혁신가 머스크와 권력자 트럼프의 철학적 충돌이었다면, 2차전은 완전히 다른 성격을 보인다.
1차전: 정책적 갈등 (DOGE 실패, 감세법안 대립, 아이석먼 철회)
2차전: 존재론적 부정 (감세법안 통과,아메리카당 창당, 추방 언급)
1차전에서는 여전히 화해의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2차전에서 창당이라는 레드라인을 넘어선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아메리카당 창당 선언은 기존 정치 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며, 트럼프의 추방 언급은 개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결론 : 예정된 파국에서 완전한 파국으로, 그리고 선택의 순간
트럼프와 머스크의 갈등은 이제 개인적 원한을 넘어 미국 정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역사적 사건으로 발전했다. 1차전의 정책적 갈등이 2차전에서는 존재론적 부정으로 발전한 것이다.
감세법안의 통과는 머스크에게 결정적 선택의 순간을 안겨줬다. 그가 공개적으로 선언했던 "법안 통과 시 아메리카당 창당"이라는 약속을 지킬지, 아니면 현실적 리스크를 고려해 후퇴할지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흥미롭게도 공화당 의원 3명이 반대표를 던진 것은 머스크가 예측했던 당내 분열이 현실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그의 정치적 판단력이 어느 정도 정확했음을 시사하지만, 동시에 그 분열만으로는 트럼프의 정책을 막기에 충분하지 않았음도 드러냈다.
머스크의 아메리카당 창당 여부는 이제 2026년 중간선거와 2028년 대선에 실질적 변수가 될 수 있다. 특히 엡스타인 파일 공개 요구는 단순히 트럼프 개인을 넘어 미국 정치 엘리트 전체를 겨냥한 폭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머스크가 트럼프보다 잃을 것이 더 많다는 비대칭적 관계는 그가 섣불리 창당을 강행하기 어렵게 만든다.
최상의 시나리오에서도 제한적 성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최악의 경우 그의 사업 제국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2024년 대선의 최고 파트너였던 두 사람이 이제는 서로를 정치적으로 매장시키려는 적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1차전에서 시작된 "예정된 파국"이 2차전에서 "완전한 파국"으로 완성되었고, 이제 감세법안 통과라는 현실 앞에서 머스크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를 보여줘야 하는 순간에 이르렀다.
앞으로 이들의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머스크가 실제로 아메리카당을 창당할지, 아니면 현실적 타협을 선택할지는 2025년 하반기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미국 정치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술 생태계와 AI의 미래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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