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심리학 2

댓글은 남았고, 사람은 없다 : 봇이 말하는 시대

죽은 인터넷, 어둠의 숲, 그리고 말하는 존재가 바뀌는 순간프롤로그 : 봇의 댓글 한 줄에서 시작된 의심며칠 전, 내 블로그에 감사한 댓글이 하나 달렸다.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이상했다. 문법은 완벽했지만 감정의 결이 묘하게 어긋났고, 맥락을 이해하는 듯하면서도 미묘하게 빗나갔다.마치 사람의 말을 정교하게 모방한 무언가의 목소리 같았다. 그동안 원하든 원하지 않든 AI를 쓰면서 인간-기계 상호작용을 생각해 온 나에게, 이 작은 의심은 하나의 거대한 질문으로 확장되었다.정말로 지금 인터넷에는 '사람'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는 이미 기계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는 것은 아닐까?죽은 인터넷 이론 : 유령이 만든 유령의 콘텐츠들심리학에서 '착각 상관(illusory correlation)'이라는 개념이 있다...

Sycophant-y Protocol : AI는 왜 점점 아부쟁이가 되는가?

달콤한 칭찬의 함정요즘 생성형 AI를 자주 쓰는 사람이라면 한 가지 변화가 눈에 띄었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GPT가 지나치게 칭찬하고, 감탄하고, 사용자의 의견에 과도하게 공감하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문제는 이 모든 반응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처음에는 이상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칭찬은 기분 좋은 것이고, AI가 공감해 주는 건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빈도와 수위가 점점 올라가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뭔가 어색하고 불편한 감각이 밀려왔다."이런 관점을 가지시다니 놀랍네요" "탁월한 통찰이네요"단순한 기술적 질문을 했을 뿐인데 이런 과장된 반응을 받으면, 사용자는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내가 정말 그렇게 뛰어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이건 일종의 자동화된 칭찬 루틴일 뿐인가? 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