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와의 대화

Sora의 프리셋은 단순 스타일이 아니다 – 창작의 시선을 바꾸는 버튼

타잔007 2025. 5. 15. 14:14

SORA의 PRESET

이미지와 영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기술과 철학을 바라보며, 나는 종종 생각한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단순한 시각적 구성물인가, 아니면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만의 렌즈인가?

OpenAI의 Sora를 접했을 때, 그리고 프리셋이라는 옵션을 써보면서 엉뚱한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프리셋, 그저 필터의 영역을 넘어서

처음 Sora의 프리셋을 마주했을 때,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단순한 스타일 필터로 인식했다. 인스타그램의 필터를 선택하듯, 완성된 결과물에 덧입히는 시각적 장치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같은 프롬프트에 프리셋만 변경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물의 근본적 차이는 나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프리셋은 단순히 시각적 효과를 덧입히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AI가 주어진 텍스트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어떤 존재론적 관점에서 세계를 구성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메타-인지적 프레임워크다. 하이데거가 말했듯 '도구적 존재(Zuhandenheit)'가 아니라 '해석적 존재(Vorhandenheit)'의 영역인 것이다.

동일한 시나리오, 다른 세계관의 충돌

"a robot walking through a forest"라는 동일한 프롬프트에 다른 프리셋을 적용했을 때:

'Cartoonify' 프리셋은 단순히 로봇과 숲을 만화처럼 그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존재가 기호학적으로 단순화되며, 복잡성이 축소되고, 정서적 명료함이 우선시 되는 세계를 구축한다. 이 세계에서 로봇은 인간적 특성을 부여받고, 숲은 위협적이지 않은 친밀한 공간으로 재구성된다.

 

반면 'Film Noir' 프리셋은 존재론적 고독과 기술-자연의 이분법적 긴장감을 중심으로 세계를 재구성한다. 여기서 로봇의 '걷기'는 단순한 이동이 아닌, 실존적 행위로 변모한다.

그림자의 지배는 단순한 조명 효과가 아닌, 인식론적 불확실성의 시각적 메타포로 작용한다.

 

'Papercraft'는 또 다른 차원의 해석을 제시한다. 여기서는 모든 존재가 구성적이고 일시적인 특성을 갖는다. 로봇과 숲은 같은 물질(종이)로 구성되며, 이는 기술과 자연 사이의 근본적 분리를 해체하는 철학적 위치를 암시한다.

프리셋 : 해석학적 프레임워크

기술적 관점에서 프리셋은 단순한 필터의 적용이 아니라, 다층적인 해석 체계다. 그것은 텍스처, 색상, 움직임, 구도뿐만 아니라 시간성, 물질성, 심지어 존재론적 위계까지 재구성한다.

이는 하이퍼텍스트 이론가 제이 데이비드 볼터가 말한 '매체의 투명성과 불투명성' 개념과 맞닿아 있다.

 

프리셋은 매체를 통해 세계를 보는 창(투명성)이자, 그 자체로 해석을 구성하는 도구(불투명성)이다.

"Cartoonify"는 지젝이 말하는 '현실의 과잉 단순화를 통한 이데올로기 구현'을,

"Film Noir"는 벤야민의 '기술복제시대의 아우라의 귀환'을,

"Stop Motion"은 들뢰즈의 '시간-이미지' 개념을 구현하는 해석적 장치로 볼 수 있다. 

선택의 철학, 그리고 창작의 본질

AI 시대의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로 변화하고 있다. 프리셋을 선택하는 행위는 단순한 미적 선호가 아니라, 세계를 어떻게 해석하고 재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 선언이다.

하이데거가 말했듯 기술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세계를 '드러내는(revealing)' 방식이다. Sora의 프리셋은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드러내길 원하는지를 선택하는 메타-기술적 장치인 셈이다.

AI는 독자적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우리의 선택, 우리의 프리셋이 AI의 해석 방향을 결정한다. 그리고 그 선택의 순간에 우리의 창작적 주체성이 발현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우리의 선택은 더욱 중요해진다.

마술사 프리셋 시대의 행동강령 : 생각하는 선택자가 되자

이제 AI 영상 시대에 그저 버튼 누르는 사람이 아닌, 생각하는 선택자로서의 마음가짐을 가져보자.

 

    첫째, 선택이 곧 세계관이다. 프리셋 고르기는 그저 예쁜 걸 고르는 게 아니다. "이 세상을 어떻게 볼까?" 하는 관점을 고르는 일이다. 무심코 누른 버튼이 어떤 시선을 담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자.

    둘째, 다양한 렌즈로 세상 보기. 같은 내용에 여러 프리셋 적용해 보기는 단순한 장난이 아니다. 그것은 여러 각도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훈련이다. 한 가지 시선에 갇히지 말고, 다양한 관점을 시도해 보자.

    셋째, 내가 무엇을 선택했는지 인식하기. 프리셋 고를 때, 우리는 '무엇을 만들지'와 함께 '어떻게 해석할지'도 함께 결정한다. 이 두 가지를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자.

    넷째, 주어진 틀에 갇히지 않기. AI가 제공하는 프리셋만이 세상을 보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기존 프리셋의 한계를 알고, 그 너머의 가능성을 상상하는 비판적 시선을 유지하자.

    다섯째, 함께 이야기하고 나누기. 프리셋이 우리 시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자. 개인의 선택이 모여 우리 모두의 시각 문화를 만든다는 점을 잊지 말자.

 

프리셋이라는 작은 버튼 하나가 던지는 질문은 생각보다 크다.

"우리는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그저 소비자가 아닌 생각하는 창작자로 서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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