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토콜 : 국경 너머의 전략

포트수단을 불바다로 만든 드론, 그 출처가 UAE라고?

타잔007 2025. 6. 26. 13:54

두바이의 또 다른 얼굴: UAE가 아프리카 분쟁에 무기를 공급하는 이유

 

2025년 5월 4일, 수단 동부 포트수단에서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급속지원군(RSF)이 자살드론을 이용해 오스만 디그나 공군기지와 화물창고, 일부 민간시설을 타격했다는 것이다.

이후 연일 계속된 드론 공격으로 연료저장시설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하고 포트수단 국제공항 운항이 중단되었으며, 도시 전체가 정전에 빠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드론들의 출처였다.

수단 내전에서 급속지원군이 사용하는 공격용 드론의 공급망을 추적하다 보면 의외의 국가 이름과 마주치게 된다.

바로 아랍에미리트(UAE)다.

화려한 고층 빌딩과 럭셔리 쇼핑몰로 유명한 걸프 지역의 부국이 왜 아프리카의 내전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서 시작해 UAE의 숨겨진 전략과 중동 정치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알고 있던 평화로운 중동 부국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의외의 무기 공급국, UAE의 등장

수단의 급속지원군이 정부군을 상대로 효과적인 공세를 펼칠 수 있었던 핵심 무기는 저비용 공격형 드론이었다.

이들이 사용하는 드론은 주로 고정익 형태로 사거리 100-200km, 탑재 중량 10-20kg 수준의 중소형 공격드론이다. 중국산 DJI나 기타 상용 부품을 기반으로 하되, 폭발물 탑재가 가능하도록 개조된 형태로, 단가는 대략 5,000-15,000달러 수준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드론들이 단순한 자폭 공격뿐만 아니라 정찰-타격 복합 임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GPS 유도와 전자광학 센서를 탑재하여 목표물 식별 후 정밀 타격이 가능하며, 일부는 실시간 영상 전송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이는 기존의 원시적인 자폭드론과는 차별화되는 준군용급 성능이다.

 

실제 공급 경로를 따라가 보면 UAE라는 이름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UAE는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세르비아 등에서 드론 기술과 부품을 수입한 후 이를 재조립하거나 개조하여 분쟁 지역으로 수출하는 중계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수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예멘, 리비아에서도 동일한 패턴이 발견된다.

UAE가 공급하는 드론 모델들은 대체로 이스라엘의 하롭(Harop)이나 터키의 카미카제 드론을 벤치마킹한 설계를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드론이 기술적으로는 중국산 기반이면서도 운용 교리와 전술적 활용 방식은 이스라엘이나 터키의 것을 모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하드웨어는 중국산, 소프트웨어와 운용법은 중동 및 서구식인 하이브리드 무기 체계인 셈이다.

이런 혼합형 접근법 덕분에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도 군용급에 근접한 성능을 구현할 수 있었다.

화려한 두바이의 이미지 뒤에 숨겨진 이 무기 중계 네트워크는 과연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것일까?

UAE의 진짜 목표 : 해상 패권과 전략적 거점 확보

UAE의 무기 공급 전략을 이해하려면 지도를 펼쳐 놓고 봐야 한다.

홍해에서 아덴만을 거쳐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해상 교통로, 이것이 UAE가 진짜 노리는 것이다.

수단의 포트수단 항구, 예멘의 아덴 항구, 소코트라 섬 등은 모두 이 해상 루트의 핵심 거점들이다.

UAE는 드론 공급을 통해 이런 전략적 요충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세력들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예멘에서 UAE가 남예멘 과도위원회(STC)를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덴만과 남예멘의 항구들을 통제함으로써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를 잇는 해상 무역로에서 결정적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서 지역 패권국으로서의 지위 확립을 위한 장기적 전략이다.

사우디와의 은밀한 경쟁 : 겉으로는 동맹, 속으로는 경쟁자

더욱 흥미로운 것은 UAE가 표면적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연합하면서도 실제로는 서로 다른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멘 내전 초기 두 나라는 후티 반군에 맞서는 연합군을 구성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의 속셈이 드러났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 전체에 대한 포괄적 영향력 확보를 원했다면, UAE는 남예멘의 전략적 거점들만 선택적으로 장악하는 데 집중했다. 이 때문에 UAE는 남예멘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하면서 사우디와는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여전히 동맹이지만, 속으로는 서로 다른 지역 패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중동 연대의 허상 : 모래 위에 세운 성

UAE와 사우디의 이런 이중적 관계는 중동 정치 전반의 특징을 보여준다.

중동 국가들은 공통의 문화와 종교를 공유하고, 팔레스타인 문제나 반서구 정서 같은 공동의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 위기 상황에서는 각자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걸프협력회의(GCC)나 아랍연맹 같은 지역 기구들이 존재하지만, 2017년 카타르 봉쇄 사태에서 보듯 연대는 쉽게 무너진다.

사우디와 이란의 지속적 대립,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각국의 상이한 대응도 마찬가지다.

중동의 연대는 모래 위에 세운 성처럼 외형은 견고해 보이지만 내부는 쉽게 무너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현상의 근본 원인은 중동 국가들이 모두 생존을 위해 실용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공통분모보다는 각자의 경제적, 전략적 이해관계가 더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우리, 동아시아에 던지는 질문들

UAE의 사례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먼저 외형적 연대에 속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한미일 안보협력이나 한중일 협력체제도 각국의 실제 이해관계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특히 북한 문제나 대중국 정책에서 나타나는 미묘한 입장 차이들은 중동의 모래성 연대와 유사한 구조적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저비용 드론과 같은 비대칭 무기의 확산에 주목해야 한다. UAE가 무기 중계 허브로 부상한 것처럼, 동아시아에서도 특정 국가가 이런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기존 군사 균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변수다.

 

마지막으로 UAE가 해상 교통로의 전략적 거점 확보에 주력하는 것처럼, 한국도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해상로의 안전과 지정학적 완충지대 구축을 위한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군사적 대응을 넘어서 경제적, 외교적 수단을 종합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한 영역이다.

 

결국 수단의 드론 한 대에서 시작된 호기심이 중동 전체의 복잡한 권력 게임과 우리 지역의 미래 과제까지 연결되는 셈이다. 겉보기에 평화로워 보이는 국가들의 숨겨진 전략을 읽어내는 것, 이것이 현대 지정학을 이해하는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