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치카(Марічка) : 수중 자폭 드론이 연 전술의 시대
--- 수중에서 시작된 러우 전쟁의 새로운 패러다임
크림대교를 무너뜨린 보이지 않는 손
2025년 6월 3일 오전 4시 44분,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 수중 교각에서 TNT 1,100kg급 폭발이 일어났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공개한 작전 영상을 분석해 보면, 이는 단순한 폭파 작전이 아닌 수중 무인 전력의 새로운 전환점을 의미한다.
이번 공격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침투 방식의 진화다.
2022년 자폭 트럭,
2023년 수상드론 'Sea Baby'
2025년 폭격기 타격 드론에 이어 이번엔 완전히 수중에서 이루어진 공격이었다.
크림반도를 우회하는 약 650km의 수중 경로를 성공적으로 침투했다는 것은 러시아의 수중 방어망에 치명적인 허점이 있음을 드러낸다.
수상드론과 달리 수중드론은 레이더 탐지가 불가능하고, 소나 탐지도 해저 지형과 해류 소음에 가려져 한계가 있다.
특히 마리치카급 수중드론은 장시간 비활성 모드로 대기할 수 있어, 사실상 '잠들어 있는 지뢰'처럼 기능한다.
두 물길의 전쟁 - 속도 vs 은밀성의 대결
우크라이나의 해상 무인 전력을 이해하려면 수상드론과 수중드론의 근본적 차이를 파악해야 한다.
MAGURA V5(시속 78km)나 Sea Baby(사거리 320km)로 대표되는 수상드론은 **'고속 돌격'**의 개념이다.
반면 마리치카로 대표되는 수중드론의 핵심은 **'장기 잠복'**이다.
며칠 또는 몇 주간 목표 지역 인근에서 대기하다가 최적의 타이밍에 공격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전통적인 군사 작전 템포를 완전히 바꾸는 패러다임 시프트다.
마리치카 : 정밀 암살병기의 탄생
1) 핵심 사양과 형상 분석
기본 제원 : 길이 6m, 직경 1m의 어뢰형 흑색 선체로 금속제 압력용기 구조를 갖췄다.
2023년 공개된 프로토타입에서는 X형 러더와 6엽 프로펠러, 텔레스코픽 마스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성능 : 최대 사거리 1,000km, 탄두 200-700kg, 48-72시간 수중 체류가 가능하다.
제작비 43만 달러로 기존 무기대비 압도적 가성비를 자랑한다.
2) 3단계 정밀 타격 시스템
1단계 - 장거리 침투 : GPS → 관성항법(INS) → 지형매칭으로 목표 지역까지 스텔스 접근
2단계 - 지역 정찰 : 수중음향항법과 패시브 소나로 목표 식별 및 최적 공격 루트 선택
3단계 - 정밀 타격 : AI 기반 목표 확인 후 최종 돌진, 3-5km 구간에서 고속 모드 전환
이러한 단계적 접근으로 마리치카는 기존 어뢰의 한계인 '즉발성'을 '지속성'으로 바꿔 완전히 새로운 전술적 틈새를 창조했다.
세계 각국의 대응과 기술 격차
미국의 오르카(4,300만 달러)나 러시아의 포세이돈 같은 대형 플랫폼과 달리, 마리치카는 실전 검증된 중형 자폭 드론이라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중국이 '수중 늑대떼' 전술을 연구하고, 프랑스와 호주가 각각 정찰 특화 모델을 개발하는 동안, 우크라이나는 이미 실전에서 크림대교를 타격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단순한 기술 차이가 아니라 전쟁 절박성이 만든 혁신의 속도 차이로 평시 개발과 전시 개발의 근본적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어뢰를 넘어선 새로운 무기 카테고리
자폭 수중드론을 기존 어뢰와 비교하면 흥미로운 대조점들이 나타난다.
속도: 마크 48 어뢰(시속 100km+) vs 마리치카(시속 20km 이하)
사거리: 마크 48(38km) vs 마리치카(1,000km)
비용: 마크 48(380만 달러) vs 마리치카(43만 달러)
결국 자폭 수중드론은 어뢰를 대체하는 무기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전술적 개념이다.
고정 목표나 예측 가능한 경로의 목표에 대한 장거리 기습 공격에 최적화된 '수중 순항미사일'로 봐야 한다.
한국의 현실과 북한 위협 대응
북한이 공개한 '해일' 수중드론은 핵탄두 탑재 전략급이지만, 정작 우려해야 할 것은 북한이 마리치카 방식의 저비용 전술급 수중드론을 대량 생산할 가능성이다.
서해 NLL의 얕은 수심과 복잡한 해저 지형은 소형 수중드론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인천항이나 평택항 같은 주요 항구는 수중드론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
한국형 대응 전략
탐지 체계 : 기존 소나로는 저속 소형 드론 탐지에 한계가 있다. AI 기반 음향 분석과 해저 센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선제 타격 : 한국의 조선 기술과 IT 기술을 결합하면 마리치카보다 진보된 시스템 개발이 가능하다.
비대칭 우위 : 북한이 저비용 드론으로 위협하기 전에, 한국이 선제적으로 우수한 수중 무인 전력을 확보해야 한다.
수중에서 시작된 패러다임의 전환
마리치카로 상징되는 자폭 수중드론의 등장은 단순한 무기 기술의 발전이 아니다.
고가 대형 플랫폼 중심에서 저가 소형 무인 시스템 중심으로, 즉응성 중심에서 지속성 중심으로, 대칭적 대결에서 비대칭적 기습으로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육상의 FPV드론 못지않게 수상이나 수중에서도 드론이 대세가 될 것 같다.
우크라이나가 43만 달러짜리 드론으로 러시아 흑해함대를 위협하고 있듯이, 한국도 자체적인 수중 무인 전력을 통해 한반도 주변 해역의 안정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고 이를 배제하고 제거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
수중에서 시작된 이 혁명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 혁명에서 뒤처지는 국가는 미래 바다에서 주도권을 잃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