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거미줄 작전이 보여준 드론 전쟁의 새로운 패러다임
- 우크라이나의 4,300km 침투 타격이 던진 군사적 의미 -
2025년 6월 1일 새벽,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의 벨라야 기지에서 북극권 무르만스크의 올레냐 기지까지, 러시아의 전략 핵폭격기들이 일제히 화염에 휩싸였고, 가해자는 수백만 달러짜리 순항미사일도, 스텔스 전투기도 아니었고 단지, 개당 500달러 남짓한 작은 드론들이었다.
우크라이나 보안청(SBU)이 수행한 '거미줄(Spider's Web)' 작전은 단순한 무력 도발을 넘어 현대 전쟁의 패러다임 자체를 뒤흔든 사건이다. 이 작전을 분석하며, 우리는 전쟁의 본질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이에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냉정히 점검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불가능을 가능케 한 기술적 혁신
거미줄 작전의 핵심은 '침투'에 있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4,300km 떨어진 시베리아까지, 기존의 장거리 드론이나 탄도미사일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거리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능했을까?
답은 놀랍도록 단순했다. 드론을 날려 보낸 것이 아니라 '운반해 간' 것이다. 목재로 제작된 이동식 컨테이너에 117대의 FPV 드론을 숨긴 채 러시아 트럭에 실어 각 기지 인근까지 이동시킨 후, 원격 신호로 컨테이너 지붕을 열어 드론들을 일제히 발진시켰다. SBU가 공개한 사진들은 "이동식 목재 오두막" 지붕 아래 촘촘히 배치된 검은색 소형 드론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방식의 혁신성은 여러 차원에서 드러난다.
첫째, 기존 방공망의 사각지대를 완전히 우회했다.
러시아의 S-400, S-500 같은 최첨단 방공 시스템들은 모두 '멀리서 오는 위협'을 전제로 설계되었다. 수백 킬로미터 밖에서 접근하는 미사일이나 항공기를 탐지하고 요격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였다. 하지만 기지 바로 코앞 5km 지점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소형 드론 떼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둘째, 러시아 기지 재밍을 우회한 비밀은 무엇인가?
이것이 바로 이번 작전의 가장 큰 미스터리다. 일반적으로 FPV 드론은 2.4GHz나 5.8GHz 주파수를 사용해 조종되는데, 이는 전자전 재밍에 매우 취약하다.
하지만 군공항에서도 재밍 시스템을 24시간 가동하지는 않는다. 고출력 재밍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고, 무엇보다 아군의 GPS와 무선통신까지 차단해 기지 운영을 마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탐지 시스템으로 위협을 확인한 후 선택적으로 재밍을 활성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크라이나 "Wasp" FPV 드론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런 방어체계의 타이밍 갭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기지 바로 코앞 5km 지점에서 117대가 동시에 발진하면서 탐지-판단-대응의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았다. 더불어 ArduPilot 오픈소스 자동조종 시스템과 AI 보조 타겟팅을 결합하여 일시적 재밍 상황에서도 목표물에 도달할 수 있는 반자율 시스템을 구현했을 가능성이 높다.
셋째, AI 기반 자동 표적 인식 시스템의 실전 활용이다.
우크라이나는 폴타바 장거리 전략 항공 박물관에 전시된 실제 Tu-95MS, Tu-22M3 폭격기를 이용해 AI 알고리즘을 훈련시켰다. 드론들은 발진과 동시에 사전 입력된 표적 정보를 바탕으로 자동으로 러시아 전략폭격기들을 식별하고 공격했다. 이는 단순한 원격 조종을 넘어선 준자율 무기 시스템의 실전 데뷔였다.
정보 수집과 작전 계획의 정교함
이 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은 치밀한 정보 수집과 작전 계획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1년 6개월 9일간 준비했다"고 밝힌 이 작전은 다층적 정보 활동의 결정체였다.
상업용 위성을 통한 기지 현황 파악, 신호정보(SIGINT) 감청을 통한 운용 패턴 분석, 그리고 현지 내부 협조자들을 통한 인적정보(HUMINT) 수집이 복합적으로 활용되었다. 특히 러시아 내부에 작전 본부를 설치하여 "FSB 본부 바로 옆에서" 작전을 지휘했다는 점은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의 침투 능력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준다.
작전 실행 과정에서도 3개 시간대에 걸친 동시 조율, 각 지역별 기상 조건과 방공망 교대 시간을 고려한 타이밍 선택 등 전문적 군사 작전의 모든 요소가 정교하게 결합되었다. 이는 우발적 도발이 아닌 고도로 계획된 전략적 타격이었음을 의미한다.
현실이 된 위성 확인 : OSINT가 입증한 피해 규모
6월 2일 공개된 위성 이미지는 우크라이나의 주장이 과장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미국 우주기업 움브라 스페이스(Umbra Space)가 촬영한 상업위성 사진과 오픈소스 정보(OSINT) 분석가들의 검증을 통해 최소 13대의 러시아 전략항공기 피해가 독립적으로 확인되었다.
벨라야 기지에서는 Tu-95 전략폭격기 3대 완전 파괴, Tu-22M3 폭격기 1대 파괴, 그리고 추가로 Tu-95 1대와 Tu-22M3 2대의 손상이 위성사진으로 확인됐다. 올레냐 기지에서도 Tu-95 4대와 An-12 수송기 1대의 피해가 영상을 통해 검증되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주장한 41대보다는 적지만, 독립적 검증이 가능한 피해만을 집계한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A-50 조기경보기의 피해다. 러시아가 운용 중인 A-50은 10대 미만으로, 이번 작전으로 3번째 손실이 확인될 경우 러시아 공군의 항공 지휘통제 능력에 치명적 타격이 될 것이다.
원자과학자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의 2025년 평가에 따르면, 러시아의 작전 가능한 전략폭격기는 총 67대(Tu-95+Tu-160)에 불과하다.
수십 대의 Tu-95 손실은 러시아 핵 3축 체계의 공중 축을 심각하게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전략적 손익 분석 : 검증된 성과와 남은 위험
위성 이미지로 확인된 피해 규모는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승리를 입증한다. 최소 13대의 확인된 항공기 손실은 "개당 수백 달러짜리 드론으로 수억 달러 자산을 파괴"하는 완벽한 비대칭 전술의 성공 사례다. 더 중요한 것은 러시아의 전략 타격 능력에 가한 실질적 타격이다.
Tu-95 전략폭격기는 러시아가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 기종이다. 각각 2,000km 사정거리의 순항미사일 16발을 탑재할 수 있는 이들 폭격기의 손실은 단기간 내 보충이 불가능하다. 특히 A-50 조기경보기의 손실은 러시아 공군의 전술적 지휘 능력에 구멍을 뚫는 결과를 낳았다.
심리적 효과는 물리적 피해보다 더 클 수도 있다.
"러시아 본토는 안전하다"는 신화가 완전히 깨졌으며 4,300km 침투 타격은 러시아 어디든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도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이는 러시아 군부와 정치권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이미 러시아는 엥겔스와 모로조프스크 기지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추가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위험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깊은 침투 공격은 러시아의 전면적 보복을 유발할 수 있고, 서방 동맹국들에게는 "통제 불가능한 확전"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 있다. 실제로 이 작전이 우크라이나-러시아 평화회담 직전에 실행된 점을 고려하면, 외교적 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로서는 치명적 취약점이 노출된 상황이다. 수조원을 투입한 방공망이 500달러짜리 드론에 무력화되었다는 사실은 군사적 위신에 큰 타격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러시아가 방어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계기가 되기도 하여, 이미 드론 탐지 레이더 배치 확대, 기지 주변 경계 강화 등의 대응책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러 평화회담의 이중성
흥미롭게도 이 작전은 6월 2일 이스탄불에서 열린 우크라이나-러시아 평화회담 직전에 실행되었다.
이는 단순한 우발적 타이밍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산된 외교적 압박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언제든 러시아 본토 깊숙이 타격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협상 테이블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려 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공격적 행보는 평화 협상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러시아 측에서는 이를 "테러 공격"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했고, 실제로 회담에서도 기존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정전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우려스러운 현실
이 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만약 북한이나 중국이 같은 방식의 공격을 시도한다면, 우리는 막을 수 있을까?
현재 한국의 방어 체계를 냉정히 분석해보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
대부분의 군사시설과 공항은 3km 내외의 드론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보여준 5-10km 침투 공격에는 부족하다. 감시 체계 역시 위성과 레이더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민간 차량에 위장한 지상 침투에는 취약한 구조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의 지리적 특성이다. 군사시설 대부분이 민간 지역과 인접해 있고, 고속도로와 물류창고 등 민간 인프라를 통한 위장 침투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북한의 경우 이미 장거리 드론 투사 실험을 진행하고 있고, 상업용 위성 데이터나 공개정보(OSINT)를 통한 정보 수집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방어 패러다임의 전환
거미줄 작전이 보여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전쟁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전쟁은 더 조용해졌고, 더 가까워졌으며, 더 싸졌지만 더 치명적이 되었다.
기존의 방어 사고는 '비싸고 강력한 무기를 비싸고 강력한 방어 시스템으로 막는다'는 대칭적 구조였다. 하지만 이제는 '싸고 작은 무기가 비싸고 큰 자산을 파괴하는' 비대칭적 구조가 주류가 되고 있으며, 따라서 방어 전략도 '고가 저밀도'에서 '저가 고밀도'로 전환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최소한 필요하다.
첫째, 감시 범위를 기존 3km에서 최소 10km로 확대하고, 다층 방어망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고정된 레이더 중심에서 이동형 센서와 AI 기반 실시간 분석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민간 영역과의 협력을 강화하여 위장 침투를 조기에 탐지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의 안보 인식
거미줄 작전은 단순한 군사 작전을 넘어 안보 패러다임의 변곡점을 제시했다.
드론은 더 이상 보조적 수단이 아니라 전략적 게임 체인저가 되었으며 이 변화를 인정하고 적응하는 국가가 미래 분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다.
이전 블로그 글로 이미 2025년 5월 "FPV 드론의 현재와 미래: 전장의 혁명 혹은 위협?"에서 이런 드론 전쟁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500달러 드론이 수백만 달러 전차를 파괴하는 현실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분석했는데, 거미줄 작전은 그 우려가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기존의 관성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위협에 맞는 새로운 방어를 구축할 것인가?
거미줄 작전이 던진 경고는 분명하다. 준비되지 않은 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미래의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전쟁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깝고, 훨씬 현실적이다.
위성이 확인한 불타는 러시아 폭격기들이 그 증거이며 이제 우리가 답해야 할 차례다.